천해성 전 통일부 차관이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의 특보에 임명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대북정책통이자 남북회담 전문가로 꼽히는 천 특보의 기용은 중단된 남북대화 채널을 신속하게 복구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다.
9일 관련 사정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은 "이종석 원장 취임 직후 천 특보를 임명하는 인사 조처가 이뤄졌다"며 "천 특보는 이미 근무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고시(30회) 출신으로 1987년 통일부에 입부한 천 특보는 3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통일정책실장, 남북회담본부 본부장, 대변인, 인도협력국장 등 통일부 요직을 두루 거쳤다. 1993년 북한의 NPT 탈퇴로 촉발된 1차 북핵 위기 등 굵직한 북한 문제를 다뤘고, 김대중 정부였던 2000년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문재인 정부 때 이뤄진 2018년 남북정상회담 등에도 관여했다.
앞서 이종석 원장은 지난달 25일 취임사에서 "국정원이 남북 간 군사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의 돌파구를 열어나가도록 이바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와 대결에서 화해와 협력으로 전환하겠다”(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고 밝혔는데, 이런 과정에서 국정원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경력 대부분 기간 동안 남북 대화에 관여한 천 특보 기용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천 특보는 통일부 차관이던 2018년 3월 당시 서훈 국정원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대북 특사단으로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난 경험도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서울지방변호사회보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본 김정은의 인상에 대해 "북한이 처해있는 현실에 대해 비교적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국제 정세의 변화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어서 비록 우리와 입장이 다르지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대방"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와 이종석 원장과의 인연은 노무현 정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천 특보는 이 원장이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의 사무차장(2003~2005년)으로 재직할 때 NSC 정책조정실 정책담당관으로 근무하면서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다. 2022년 제20대 대선 당시에는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평화협력위원장을 맡아 대북 구상 마련에 기여했다. 제21대 대선을 앞둔 지난 4월에는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세미나에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함께 참석해 차기 정부의 외교·통일·안보 과제에 대한 제언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