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9일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을 혁신위원장에 임명했다. 안철수 의원의 혁신위원장 사퇴 파문 이틀만이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원장을 혁신위원장으로 모시기로 했다”며 “중도보수를 대표하는 경제통으로 수도권 민심으로 다가가는 혁신의 조타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경제 전문가인 윤 위원장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서울 서초갑에서 당선돼 정치권에 입문했다. 22대 총선에선 서울 중·성동갑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올해 초 여의도연구원장에 취임했고, 대선 기간 정강·정책 방송연설자로 나서 “권력에 줄 서는 정치가 계엄 같은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며 12·3 계엄을 사과하고 당의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국민의힘 앞에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이라는 아주 좁고 어두운 길 하나만 남아있다”며 “혁신의 주체인 당원이 혁신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했다. 윤 위원장은 당헌·당규 개정을 포함한 혁신안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두 차례 전 당원 투표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윤 위원장은 인적 쇄신 방식의 혁신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윤 위원장은 의총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당이 칼을 휘두를 권한을 어떤 개인에게도 준 적이 없다”며 “(인적 쇄신은) 특정 개인과 계파의 전유물이 아니다”고 했다.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선 우려도 나온다. 인적 쇄신없이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겠냐는 것이다. 김용태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서 “총선까지 3년 남았는데, 인적 쇄신을 이야기하면 청산 대상들이 똘똘 뭉쳐서 혁신위를 공격할 것”이라며 “지금 혁신위를 해도 국민께 와 닿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 지도부가 혁신위 활동 종료와 맞물리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혁신위 임기(8월 31일)가 끝나기 전인 다음 달 중순 전당대회서 새 지도부가 출범한다. 신임 지도부가 혁신안을 오롯이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윤 위원장은 “빠른 속도로 혁신위를 진행하겠다”며 “지도부가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당은 쓰러지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임명하며 본격적인 전당대회 준비에 나섰다.
한편 송언석 위원장은 이날 의총에서 국민의힘을 겨냥한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수사를 두고 “이재명 정권이 특검의 칼을 휘두르며 정치 보복의 본색을 드러냈다. 여당 무죄, 야당 유죄의 독재 정치가 시작됐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