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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도 관중도 덥다, 스포츠계는 폭염과 한판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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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9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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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시티 공격수 엘링 홀란이 미국에서 열린 클럽월드컵 도중 물을 얼굴에 뿌리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계가 지구촌을 강타한 폭염을 상대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미국은 열돔 현상으로 동부 지역 낮 기온이 섭씨 30도 중반까지 치솟았다. 유벤투스(이탈리아) 이고르 투도르 감독은 지난 2일 마이애미에서 열린 대회 16강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 0-1로 진 뒤 “선수 10명으로부터 교체(아웃) 요청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팀마다 경기당 5명까지 교체할 수 있는데도 요청이 쏟아진 건 선수들이 얼마나 견딜 수 없었는지 방증한다. 경기 당시 기온은 30도, 습도 70%였다. 신시내티에서 경기를 치른 도르트문트(독일) 니코 코바치 감독도 “사우나에서 막 나온 것처럼 땀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FIFA가 유럽의 TV 프라임타임에 맞춰 많은 경기 킥오프를 미국 현지시간 정오 또는 오후 3시로 정했다. 영국 포츠머스대 마이크 팁턴 교수(응용생리학)는 “내년 북중미월드컵 경기의 킥오프 시간을 오전 9시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낮 기온이 36도를 넘었던 세인트루이스에서는 메이저리그(MLB) 경기 도중 신시내티 레즈 유격수 엘리데 라 크루즈가 수비 도중 구토 증세를 일으켰다.
플루미넨시 선수들이 스포츠음료를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은 전문가를 인용해 “더위 탓에 체온이 상승하면 심박 수가 증가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수는 경기당 땀으로 보통 2ℓ, 덥고 습할 땐 최대 5ℓ의 수분을 배출한다”고 전했다. 땡볕에 노출된 관중도 탈진이나 열사병 발병의 위험이 있다.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윔블던 테니스대회 개막 첫날 기온이 섭씨 32.3도였는데, 관중이 쓰러지면서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열대야 현상으로 이어진 폭염 탓에 경기장을 찾는 축구 팬이 확 줄었다.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의 경우 한국-중국전 관중이 4426명에 그쳤다. 해외파가 빠졌다고 해도 국가대표팀 경기(A매치)로는 이례적으로 적다. 동아시안컵 주최 측은 기온이 섭씨 30도가 넘으면 하프타임 외에 전·후반 30분에 각각 최대 3분의 ‘쿨링 브레이크’를, 30도 이하라도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드링크 브레이크’를 각각 실시한다.

프로야구 NC 김주원이 얼음주머니를 머리 위에 올리고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프로야구는 지난 8일 긴급 폭염 대책을 내놨다. 5회 종료 후 실시하는 ‘클리닝 타임’을 기존 4분에서 10분으로 늘렸다. 또 9월 1~14일 일요일 경기 시작을 오후 2시에서 오후 5시로 늦췄다. 이 기간에는 더블헤더도 하지 않는다. 특히 경기 시간에 섭씨 35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하면 경기를 취소한다.

아예 폭염을 기정사실로 놓고 대비하는 사례도 있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북중미월드컵을 앞두고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은 ‘가열 텐트’ 특별훈련을 하고 있다. 또 MLB 탬파베이 레이스 투수 라이언 페피오는 체온을 낮추는 장치를 이용해 손 컨디션을 유지한다.



박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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