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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美서 버티기 들어가자, 포드는 센 프로모션 내걸었다

중앙일보

2025.07.09 01:15 2025.07.09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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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현대차·기아의 수출용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뉴스1
현대차·기아가 미국 내 가격동결 방침을 유지하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로 예정됐던 상호관세 부과시점을 다음 달 1일로 연기하며 한·미 관세협상 기한이 3주가량 생기면서다. 협상으로 수입차 관세가 인하되길 기대하는 것인데, 이틈에 미국 완성차 업계는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점유율 끌어올리기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9일 현재 가격 인상 방침을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3일 미국이 수입차 관세(25%)를 부과한 직후 한 차례 연장을 거쳐 7월 8일까지 가격 동결을 예고했는데, 시한이 지난 후에도 뚜렷한 방침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본 완성차 업체는 이미 버티지 못하고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토요타는 지난 1일부터 미국 내 차량판매가를 평균 270달러 인상했고, 미쓰비시(525~735달러), 스바루(750~2055달러)도 6월부터 가격을 올렸다.

랜디 파커 현대차 북미권역본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오토모티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녹록지 않은 하반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가격대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가격동결 방침을 유지하거나, 만약 올리더라도 소폭 인상할 것이라는 뜻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급격한 가격 인상은 판매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다보니 한·미 관세협상 추이 등 다각적인 분석 후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것”이라며 “7월 내 한·미 협상 타결 가능성도 전망되는 만큼, 그때까지 버티는 전략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가 인하되면 현대차·기아로서는 숨통이 트인다. 업계에서는 한국산 자동차 관세에 대해서만 25→10%로 인하되길 기대한다. 하지만 미국은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는 별개”라며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협상이 지지부진하거나, 협상 결렬로 되레 세율이 높아질 우려도 배제하기 어렵다.

김주원 기자

일단 버티기에 나섰지만 현대차·기아도 상당한 가격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예컨대 공급가격이 4000만원인 차량 1대를 미국에 수출하면 관세는 1000만원 발생한다. 이를 지난 5월 한 달간의 현대차·기아 대미수출량(7만7892대)으로 환산할 경우 약 7789억원의 관세비용이 발생한다. 한화투자증권은 현대차·기아의 올해 관세부담이 4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 영업이익 14조2396억원의 34.4%에 해당한다.

현대차·기아가 고민에 빠진 사이 미국 빅3 자동차 업체 중 하나인 포드는 8일(현지시간)부터 미국에 판매되는 전 차종에 대해 48개월 무이자 할부 프로모션에 들어갔다. 선납금을 없앴고, 구매 초기 90일간은 원리금을 상환하지 않아도 되는 파격적인 조건도 달았다. 포드는 4월 3일부터 7월 7일까지 직원할인가로 차를 판매해 2분기 판매량을 전년동기 대비 14.4% 늘렸다. 점유율 기준 미국 빅5 자동차 기업 중 가장 가파른 상승률이다. 포드의 미국 생산 비중은 80%에 달해 현대차·기아(42%)보다 관세 영향이 덜하다. 짐 팔리(Jim Farley)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한국산 차에 관세를 부과하라”며 현대차·기아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짐 팔리 포드 CEO가 4월 30일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열린 포드 켄터키 트럭공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기준 미국 점유율 3위인 포드는 ‘미국 기업’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4위를 차지한 현대차·기아의 추격을 뿌리치려고 애쓰고 있다”며 “만약 25% 관세가 고착화하면 현대차·기아로선 현지생산 및 부품공급망 변화 등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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