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극우 진영의 유력 대선 주자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의원이 형사 유죄 판결로 차기 대선 출마가 불투명해지자 유럽인권재판소(ECHR)에 소송을 제기했다.
9일(현지시간)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르펜 의원은 최근 인권재판소에 자신의 1심 판결이 부당하다며 본안 소송과 함께 선고 효력 중지를 요청하는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르펜 의원은 지난 3월31일 유럽의회 자금 유용 혐의로 1심에서 전현직 RN 관계자들과 함께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특히 르펜 의원에게 5년간의 피선거권 박탈을 선고하며 즉시 집행하도록 주문해 그의 2027년 대권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르펜 의원 측은 인권재판소에 제출한 청원서에서 우선 유럽의회 내 다른 정치 그룹들도 유사한 행위를 저질렀는데도 자신들만 표적이 됐다며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피선거권 박탈 효력을 즉시 발효한 결정에는 이의제기할 수단이 없어 피고인에게 불리할 뿐만 아니라 피선거권 박탈 효력도 즉시 발효해야 할 필요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결정이 유럽인권협약 6조가 규정하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어긋나고, 르펜 의원의 대선 출마 권리가 제한됨으로써 유권자의 자유로운 선택권이 침해됐다는 것도 대리인단의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르펜 의원의 이 소송이 실질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놨다.
우선 유럽인권재판소는 각국 법원의 모든 상고 절차가 끝난 뒤에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 르펜 의원의 경우 1심 재판에 항소해 내년 여름께 2심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대법원의 최종 결과까지 나오기까진 최소 수개월이 더 걸린다.
유럽인권재판소 전문가인 니콜라 에르비외 교수는 엑스(X·옛 트위터)에 르펜 의원의 이번 소송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피선거권 박탈 효력을 중지해달라는 요청 역시 "인권재판소가 정한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며 인권재판소가 보장하는 자유로운 선거권은 대통령 선거가 아닌 입법부 선거에만 적용된다고 해설했다.
이어 동일한 이유로 지난해 루마니아 대선에서 민족주의 후보로 출마했던 컬린 제오르제스쿠가 헌법재판소에 의해 선거 결과가 무효로 된 뒤 인권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예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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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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