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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가 있는 아침] (285) 지난 일 애달아 마오

중앙일보

2025.07.0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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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효 시인
지난 일 애달아 마오
이숙량(1519∼1592)

지난 일 애달아 마오 오는 날 힘써 하라
나도 힘 아니 써 이리도 애달프다
내일을 바라지말고 오늘날을 아껴 쓰라
-분천강호록(粉川講好錄)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
조선 중종 대에서 선조 연간의 선비 매암(梅巖) 이숙량(李叔樑)이 고향인 분천에 머물러 살 때 쓴 문집에 실려 있는 작품의 한 편이다.

우리가 한평생을 살며 후회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지난 일을 애달파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그리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일 뿐이다. 오늘의 시간을 아껴 힘써 노력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이치는 예와 이제가 다르지 않다. 또한 개인사와 국사에도 차이가 없다. 부디 지난 일을 애달파 말라. 어리석은 시간들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과거가 주는 교훈이라 할 것이다.

이숙량은 어부가를 정리한 농암 이현보의 아들이며 퇴계 이황의 제자다. 왕자의 사부로 천거됐으나 사양하자 선조가 “너의 집은 적선지가가 아니냐”라고 하면서 그 자리에서 ‘積善’이라는 대자(大字)의 어필을 하사했다.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북쪽 궁궐을 바라보며 통곡하고 74세의 고령에 선비들에게 창의를 촉구하는 격문을 돌렸다. 1592년 10월 진주성 전투에서 순국했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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