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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필향만리’] 矜而不爭 群而不黨(긍이부쟁 군이부당)

중앙일보

2025.07.09 08:12 2025.07.0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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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흔히 ‘자랑 긍’이라고 훈독하는 ‘矜’ 자는 ‘자랑한다’는 뜻 외에도 ‘불쌍히 여긴다’는 뜻도 갖고 있다. ‘긍지(矜持)’의 矜은 자랑이라는 뜻으로 쓰인 경우이고, 긍휼(矜恤 , 恤:구휼할 휼)의 矜은 불쌍히 여긴다는 뜻으로 쓰인 사례이다.

자신에 대해 긍지를 갖는 것은 꼭 필요하다. 긍지야말로 긍정적 사고와 적극적 실천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긍지와 오만의 경계선이 애매하다. 조금만 선을 넘으면 긍지가 오만으로 변하여 다툼을 야기하게 된다. 그래서 공자도 긍지를 갖되 다툼으로 이어지지 않아야 군자라고 했다.

矜:자랑할 긍, 爭:다툴 쟁, 群:무리 군, 黨: 패거리 지을 당. 긍지를 갖되 다투지 않으며, 무리 짓되 패거리 짓지 않다. 32x70㎝.
무리를 지어 협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성과는 어느 한 사람의 독단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협업에서 창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리를 짓다 보면 무리의 집단사욕에 빠져 패거리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공자는 무리 지어 협업하되 패거리를 짓지 않아야 군자라고 했다.

12·3 계엄 이후, 다툼과 패거리 정치의 후유증이 아직도 짙게 남아있다. 오만하지 않은 긍지로 다툼을 떨쳐내고, 상부상조의 협업으로 패거리 짓기를 몰아내는 젠틀맨(Gentlemen)의 정치 즉 군자의 정치가 이루어지기를 국민은 갈망한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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