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질환으로 직장 생활이 어려웠던 30대 A씨는 최근 집에서 할 수 있는 부업을 하려다 2000만원을 날렸다. 소셜미디어(SNS)에 뜬 부업 광고를 누르니 한 메신저 앱을 통해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처음엔 짧은 유튜브 영상을 시청해 조회 수를 올리는 업무를 줬다. 영상 시청을 인증하면 ‘SUVEXA’란 앱에 포인트가 쌓였고, 2만원이 넘으면 계좌로 옮겨 인출도 가능했다. 이틀 만에 10만원이 생겼다.
바로 다음 날부터 유혹이 시작됐다. 원금의 30~40% 수익을 보장하는 미션에 참여하지 않으면 영상 시청 수당이 깎인다고 했다. 대화방엔 자신의 수익을 인증하는 글들이 넘쳐 났다. 30만원부터 1000만원까지 같은 금액을 선택한 4명이 모여 ‘팀 미션’을 수행하는 식이었다. 담당자는 복잡한 지시를 내려 어떻게든 A씨의 실수를 유도했고, 팀원들은 “너 하나 때문에 모두가 돈을 잃었다” “이 정도 일도 못 하냐”고 비난했다. 인당 500만원의 원금 손실을 만회하려면 더 많은 돈을 내고 고난도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A씨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줬다는 죄책감에 1500만원을 냈고 미션도 성공했다. 그런데 수수료로 1800만원을 더 내야 원금과 수익금을 모두 인출할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A씨는 이미 전 재산을 잃은 뒤였다.
불경기에 부업이라도 해보려는 서민들을 노린 민생 침해형 사이버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9일 경찰청에 따르면 팀 미션을 포함한 사이버 사기 검거 건수는 지난해 11만2000건으로 1년 새 15.5%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집계 결과 고수익 알바 등을 미끼로 한 유사 수신 신고·제보 건수도 지난해 410건으로 전년 대비 25% 늘었다. 수법도 정교해졌다. 경찰청 경제범죄수사과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팀 미션 사기 신고가 늘고 있다”며 “피해자를 제외한 팀원들은 대부분 사기범과 한패이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절대 속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팀 미션 사기의 경우 사기 이용 계좌를 즉각 동결할 수도 없다 보니 피해가 커지고 있다. 현재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환급법상 즉각적인 지급 정지는 보이스피싱처럼 피해자를 속여 자금을 이체하게 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중고 거래 과정 등에서 계좌 동결이 악용되면 전자 상거래가 위축될 우려가 있는 만큼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한다’는 규정을 뒀다. 팀 미션 사기는 부업의 형태를 가장하고 있어 여기에 해당한다. 정교한 수법으로 성긴 법망을 빠져나간 셈이다. 사기로 돈을 돌려받지 못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하는 피해자들에게 접근해서 선수금을 내면 해킹 등을 통해 돈을 받아준다는 사기 ‘솔루션 업체’까지 판을 치고 있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경찰은 보이스피싱처럼 팀 미션 사기 피해자들도 즉각적인 계좌 동결이 가능하도록 하는 ‘다중피해사기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범행 이용 수단 차단을 위한 ‘의심거래계좌 이체 지연·일시 정지’ ‘사기 위험 전화번호 이용 중지’와 같은 조치가 신속히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