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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호의 법과 삶] 생명을 귀하게 대접해야 선진국이다

중앙일보

2025.07.0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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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대표변호사·법학박사
최근 대법원 손해배상소송연구회는 위자료 산정기준을 대폭 인상하는 논의를 하기 시작하였다. 일제강점기 징용공에게 1억원, 위안부에게 2억원을 인정하였고, 1959년 간첩누명으로 사형이 집행된 진보당 위원장에게 16억원, 1960년대 북파공작원을 간첩으로 조작한 사건 피해자에게 28억원, 1975년 민청학련 피해자에게 12억5000만원, 2021년 전주약촌5거리 살인누명 옥살이 피해자에게 23억원의 위자료를 인정한 반면 5·18 광주민주항쟁 구속피해자에게 1억원 전후의 위자료가 인정되는 등 판결마다 생명·신체권 침해에 따른 위자료는 큰 차이를 보여 사법 불신의 한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법 앞에 평등하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산정할 경우, 피해자의 연령, 직업, 사회적 지위, 재산과 생활상태, 피해로 입은 고통의 정도, 피해자의 과실 정도 등 피해자 측의 사정과 아울러 가해자의 고의·과실의 정도, 가해행위의 동기와 원인, 불법행위 후의 가해자의 태도 등 가해자 측의 사정까지 함께 참작하여 위자료 액수를 확정할 수 있다”고 하면서 개별 사건마다 위자료 산정액에 크게 차이를 두고 있다. 판결에서 사망위자료는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최대 1억원이 선고되어 당사자는 물론 법률전문가들조차도 그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집단행동으로 받는 개인적 위자료가 상대적으로 많은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가습기살균제 사고, 고양버스터미널 화재사고 등 대형참사 사건에서 합의된 위자료는 3∼4억원으로 합의되어 처음부터 소송을 기피하려고 한다.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 위자료
판결마다 달라 사법 불신 초래
예측 가능해야 사회 혼란 줄어
사망 사고 막으면 배상 더 커야

김지윤 기자
우리가 국가를 만들고 세금을 내는 목적이 예측 가능한 사법체계 하에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이다. 그럼에도 법원은 재량이라는 이유로 다양한 판결을 선고하고 있다. 사적 화해보다 적은 위자료 판결로 인해 피해자들은 굳이 소송비용과 시간을 들여가며 사법적 절차를 밟을 동기가 없다. 가습기살균제 사건 이후 대법원 위자료 연구반에서는 대형 재난사고 2억원, 영리적 불법행위 3억원의 위자료 기준금액을 제시하였으나 이에 따른 판결은 보이지 않는다. 위자료는 예측이 가능해야 사회적 혼란을 줄일 수 있다. 우선 위자료는 정신적 손해뿐만 아니라 재산적 손해를 보충해주는 손해배상전보기능을 가질 수 있도록 충분히 인정되어야 한다. 사망하게 되면 생계비를 공제하기 때문에 유족은 부상 피해자보다 훨씬 적은 배상을 받게 되는 모순이 있다. 인신사고 발생 시 굳이 생명을 구할 유인이 없다. 가해자가 적극적으로 사망을 막으면 오히려 더 많은 배상을 해주어야 한다. 생명을 지키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는 가해자에게 위자료를 더 인정하여야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가 된다.

둘째, 위자료는 가해자가 사고 재발 방지를 할 수 있는 제재적 기능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가해자는 사고를 미리 막는 데 들어가는 비용보다 위자료가 더 많이 인정되어야 같은 불법행위를 반복하지 않는다. 법원은 수술의 필요성과 응급성이 없는 미용성형수술 의료사고에 대해 심장수술·뇌수술과 같은 치료형 수술사고와 같은 기준으로 위자료를 산정하고 있다. 적지 않은 의사들이 손해배상책임은 적고 수익은 많은 미용성형분야로 옮기는 이유 중 하나이다. 미용성형수술 사고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더 많은 위자료를 부담시켜 의료의 상업화를 조금이라도 막아야 한다.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고액의 수술비를 받는 미용성형 의료사고에 대해서 징벌적 위자료제도를 우선 적용할 필요가 있다.

셋째, 위자료가 가해자에 대한 보복심리가 완화되고 심리적 만족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넷째,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은 경우 직장과 직업을 잃고 치료 후에도 장애가 남아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사회적 신분, 관계 등을 잃게 되는 등 손해가 발생하게 된다. 재산적 배상만으로는 실질적 피해보상에 한계가 있다. 위자료가 이를 극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재산상 손해 발생 시 피해자가 입은 손해 중 입증이 불가능한 손해에 대하여 위자료가 보완될 수 있는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국가나 대기업의 폭력, 무책임 등으로 희생된 피해자들의 사회기여 행위, 사회적 특별희생에 대하여 자존감을 회복시킬 수 있도록 충분히 배상이 되어야 한다.

생명이 귀하게 대접받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여 거액의 위자료를 인정하고 있고, 일본도 이미 20여년 전부터 3∼4억원의 위자료를 배상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위자료는 상당히 적고 사건마다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이제 형사사건에서 양형기준을 만들어 법원 간 편차를 줄이고 있는 것처럼 위자료도 기준을 만들어 국민들로 하여금 예견 가능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대표변호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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