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6월 말부터 미국 텍사스주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개시했다. 과거 몇 차례 공약을 남발한 전력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시장의 기대에 부응했다.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 기술은 저가의 카메라 센서와 인공지능(AI) 기술만으로 양산성을 갖춘 상용화에 최초로 성공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테슬라의 로보택시 기술은 기존 전기차 생산 능력 및 시장 지배력과 접목되면서 향후 자동차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전망이다. 테슬라 차주는 자율주행차를 개인 승용차로 타고 다니면서 우버 택시처럼 활용해 돈을 벌 수도 있으니 향후 테슬라 차에 대한 구매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 테슬라는 차주와 손님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사업에 진출할 기회도 만들었다.
테슬라, 완전자율주행 수준 육박
머스크의 ‘무모한 도전’ 혜안 빛나
고정관념 벗어나 규제 혁파해야
필자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장길에 테슬라 차를 운전할 기회를 얻어 시내 도로와 고속도로를 섞어가며 자율주행의 현주소를 경험했다.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은 기술 분류상으로 2단계 자율주행에 해당하는 수준인데, 이번에 경험한 수준은 거의 4단계 이상급이었다.
출발 전에 목적지만 입력하면 스스로 지도를 따라 자율주행하고, 전방 주시만 하면 운전대나 액셀·브레이크 페달을 조작할 필요가 없었다. 끼어들기를 통한 차선변경, 고속도로 램프 구역 주행, 진입 시 양보, 점멸 신호 감지, 골목길 주차 등을 완벽히 수행했다. 차에 탑승하고 자율주행 기능을 켠 지 불과 10여분 만에 불안감은 사라지고 오히려 편안함을 느낄 정도였다. 지난해 구글 웨이모의 로보택시를 타보고 난 뒤 1년 만에 다시 느끼는 놀라움이었다.
이제는 스마트폰 화면의 지도를 보며 길을 찾을 필요가 없고, 처음 가는 도시에서 만나는 낯선 교통 규칙을 걱정하며 운전할 필요도 없어 보였다. 아직은 사고 시 책임 소재 문제가 있어 전방 주시 의무를 운전자에게 지우고 있다. 하지만, 이는 법적 문제이지 기술적으로는 이미 자율주행차가 일상 속 이동수단으로 사용되는 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테슬라가 자율주행 기술을 완성해 가는 과정에는 비결이 있다. 시중에 팔린 테슬라 차량 내부에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데이터를 이용해 알고리듬의 성능을 개선한 후 무선통신으로 차량을 업그레이드하는 선순환 모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10년 전에는 누구도 카메라만으로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할 것이라 단언하지 못했다. 그때 미친 시도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무모한 도전을 시작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의 혜안과 개발자들의 실력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
필자를 포함해 많은 연구자가 지난 20년가량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 오면서 완전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카메라·라이다(LiDAR)·지도 등 가용한 모든 정보를 상호 보완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믿었다. 일종의 고정 관념의 틀에 갇혀 있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을 경험하면서 이 틀이 깨졌고 대안 기술의 한계를 섣불리 예단한 필자의 편견이 부끄러웠다. 당장에는 단점이 있는 기술일지라도 개선을 위한 포용적 도전을 해봐야 한다는 연구자의 기본자세를 망각한 점을 반성했다.
자율주행은 느린 성장 단계를 지나 특이점(Singular point)을 넘어서면서 폭발적 성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 한국의 선택지는 두 가지 정도로 좁혀진 듯하다. 첫째, 외국의 검증된 기술을 수입해 국내 차량에 탑재하는 것이다. 둘째, 테슬라의 경험을 받아들여 같은 방법으로 개발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개발 과정에서 쌓은 테슬라의 수많은 노하우를 재현해 내야 한다는 측면에서 쉽지 않다. 결국 한국도 예외 없이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돈과 시간을 일관되게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만 하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로 전락할 판이다.
지난 7년간 1조원이 넘는 연구개발(R&D) 예산을 투입한 정부의 역할은 생태계 조성을 위한 마중물 제공까지였다. 그다음 단계인 상용화 과정에서 한국사회는 아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제라도 보여주기식 개발 사업은 지양해야 한다.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를 위한 국가 전략을 재수립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