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영국을 국빈 방문해 프랑스어로 연설했다가 현지 보수 매체로부터 "무례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9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영국 GB뉴스는 지난 8일 윈저성에서 열린 국빈 만찬 때 마크롱 대통령의 연설을 생중계하다가 중간에 끊어버렸다.
당시 뉴스를 진행하던 패트릭 크리스티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영어에서 프랑스어로 언어를 바꾸자 "마크롱 대통령이 영어로 말하는 예의를 갖추지 않는 것 같으니 여기서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마크롱 대통령은 완벽한 이중언어 사용자"라며 "그가 영어로 연설하면 다시 중계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스튜디오에 출연한 패널들도 마크롱 대통령을 비난했다. 한 패널은 "프랑스 대통령이 연설의 80%를 프랑스어로 했는데 모욕적으로 느꼈다"며 "(영국의 찰스 3세) 국왕 앞에서 외국어를 사용하는 건 쑥덕이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왕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해하지 못했다는 게 분명했다"며 "왕은 프랑스어를 약간 할 줄 알지만 중등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23년 프랑스를 국빈 방문했던 찰스 3세 역시 국빈 만찬장에서 연설하면서 프랑스어와 영어를 섞어 썼다. 이번에 마크롱 대통령은 영국에서 영어를 안 쓴다는 이유로 현지 매체의 비판을 받았지만 자국에선 반대로 지나치게 영어를 쓴다는 지적을 받은 적도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파리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엘리제궁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영어로 했는데, 이를 두고 '프랑스어 순수주의자'들은 언어적 배신이자 '공화국 언어는 프랑스어'로 규정한 헌법 2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