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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40분 영장심사 공방, 윤 20분 최후진술

중앙일보

2025.07.09 10:01 2025.07.0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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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법원 호송차를 타고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구속 여부 결정이 나올 때까지 대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9일 남세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이날 오후 2시22분에 시작된 심문은 도시락으로 저녁식사를 한 것을 포함해 6시간40분가량 진행된 끝에 오후 9시쯤 종료됐다. 역대 최장이었던 2017년 3월 3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8시간40분 심문 기록엔 못 미쳤지만 이례적으로 길었다.

심문이 길어진 건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 정예 검사와 윤 전 대통령 본인을 포함해 변호인단이 총출동해 특검이 청구한 다섯 가지 범죄 혐의의 소명 여부와 구속 필요성을 두고 공방을 벌인 때문이다.

이날 특검팀에선 박억수 특검보를 비롯해 김정국·조재철 부장검사 등 총 10명의 검사가 심문에 참여했다. 김정국·조재철 부장검사는 앞선 두 차례의 윤 전 대통령 소환조사를 이끈 검사다. 이에 맞서 윤 전 대통령 측에서는 김홍일·배보윤·채명성·송진호·최지우·유정화·김계리 변호사 등 변호인 전원이 변론에 나섰다.

특검팀 조재철 부장검사는 이날 심문에서 비상계엄에 대해 “4·19 혁명 등 피비린내 나는 노력으로 이룬 민주주의를 계엄으로 40년 후퇴했다”며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도 20분간 최후진술에서 “비상계엄은 경고용 계엄이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차원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오후 9시20분쯤 법무부 호송차량을 타고 서울구치소 대기실로 이동해 영장 발부 여부를 기다렸다.



특검 10명, 178장 PPT로 구속 요구…윤측 “졸속 영장청구”

9일 밤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태운 호송차가 서울구치소에 도착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렸다. [뉴스1]
박 전 대통령 땐 이튿날 오전 3시에 영장 발부 결정이 이뤄졌다. 특검 검사 10명은 총 178쪽 분량의 파워포인트(PPT)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프레젠테이션에는 윤 전 대통령 범죄의 중대성, 재범 위험, 증거인멸 우려 등을 담았으며, 특히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직전 국무회의의 소집·개최 과정을 담은 폐쇄회로(CC)TV 화면 등 주요 증거가 포함됐다. 이와 별도로 특검팀은 300쪽 분량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며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

앞서 특검팀은 6일 법원에 제출한 66쪽 분량의 영장청구서에 특수공무집행방해와 비화폰 통신기록 삭제 지시 의혹 외에도, 계엄 선포 이후 강의구 전 부속실장이 작성한 ‘사후 계엄선포문’ 관련 혐의들인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공용서류손상 혐의를 추가했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임의로 선정한 국무위원만 불러 참석 못 한 국무위원들의 계엄 선포 심의권을 침해했다는 직권남용 혐의, 비상계엄 직후 하태원 당시 해외홍보비서관에게 ‘비상계엄이 정당하다’는 허위사실이 담긴 외신용 PG(언론 공보문)를 작성하게 했다는 또 다른 직권남용 혐의도 포함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사후 허위공문서 작성이나 비화폰 삭제 등 구속 사유에 해당하는 증거인멸을 실제로 저질렀다”며 구속 수사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 내란 주요 피고인들이 이미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을 들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 역시 형평성 차원에서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반면에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의 영장은 외환 혐의가 포함 안 된 졸속 영장 청구”라며 “나머지 국무회의 심의 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외신대변인 공보 등은 앞서 내란 혐의와 동시 또는 수단과 결과의 관계인 행위로서 재구속 제한 사유”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도주 우려는 그 자체로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개별적으론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 혐의에 대해 “최대한 빨리 올 수 있는 국무위원을 순차 소집한 것이지 특정 국무위원은 오지 못하게 한 것이 결코 아니다”고 했다. 허위 공보에 대해선 “대통령의 인식과 정치적 평가를 전달하는 것이 대변인의 역할이며 허위가 아니다”고 했다. ‘사후 계엄선포문’에 대해선 “강 전 실장은 비상계엄 선포문이 아니라 ‘표지’를 만든 것에 불과하며 공문서도 아니다”고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남세진 판사의 ‘총기를 보여줘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실이 아니다. 여경이 국민을 지키다 다쳤다는 보고를 받고 경찰의 총기 지급 문제 등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이날 경찰은 지난 1월 서부지법 난입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기동대 45개 부대, 2700명을 배치하는 등 경비를 강화했다.

한편 특검팀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로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특검팀은 9일 홍 전 차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홍 전 차장은 여인형 전 사령관에게서 이재명 대통령,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이 포함된 체포명단을 전달받았다고 폭로했었다.

9일 오후 11시 현재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자세한 결과는 중앙일보 홈페이지(www.joongang.co.kr)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석경민.김성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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