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美대사 초치…트럼프의 '대선불복 편들기'에 항의
트럼프, '보우소나루 쿠데타모의 재판'을 "마녀사냥" 언급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브라질 외교부가 '대선불복 쿠데타 모의 재판'을 '마녀사냥'으로 규정하는 취지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언급을 문제 삼아 자국 주재 미국 대사대리를 초치했다.
브라질 외교부는 9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에 있는 외교부 청사에 개브리얼 에스코바르 주브라질 미국 대사대리를 불러,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취지의 트럼프 대통령 언급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고 브라질 언론 G1·폴랴지상파울루와 AFP통신이 보도했다.
브라질 외교부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정치적 박해의 피해자'로 묘사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소셜미디어 글에 대해 항의하고 이런 게시물을 올린 배경에 대해 소명하라고 요청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브라질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처우에 대해 끔찍한 짓을 하고 있다"며 "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와 그의 가족, 그리고 수많은 지지자에 대한 마녀사냥을 매우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적었다.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강경 우파 성향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2019∼2022년 재임)은 2022년 대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현 대통령에게 패한 이후 국방·법무부 장관 등과 함께 권력 유지를 목표로 한 각종 활동을 실행하려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특히 룰라 대통령 암살을 계획한 데 이어 군부 쿠데타를 일으켜 입법·행정·사법 3권 전권을 장악한 뒤 '신(新)질서'를 수립하기 위한 비상 기구 설치를 계획했다고 브라질 검찰은 공소장에서 적시했다.
그의 지지자들은 룰라 대통령 취임 일주일 뒤인 2023년 1월 8일에 대규모 선거 불복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폭도들의 배후로 지목돼 있기도 하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피고인으로 한 형사 사건은 '특별재판관할권'(Foro privilegiado)에 따라 대통령의 헌정질서 훼손 여부에 대한 재판권을 가진 브라질 대법원에서 직접 심리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 글에 대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트럼프)대통령께서도 무자비한 박해를 받으며 유사한 경험을 했지만, 미국과 수많은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를 위해 승리하셨다"고 화답했다.
반면 룰라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성명에서 "브라질 민주주의의 수호는 브라질 국민의 책임"이라며 "우리는 그 누구의 간섭이나 보호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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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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