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하는 라이베리아 대통령에게 '영어를 잘한다'고 칭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일제히 상식에 어긋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어색한 상황은 지난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아프리카 대통령들과의 백악관 오찬에서 벌어졌다. 오찬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감사와 칭송이 쏟아지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조지프 보아카이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라이베리아는 미국의 오랜 친구"라며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으로 믿는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영어로 인사말을 했다. 특히 라이베리아에 투자해달라고 부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아카이 대통령의 '영어 실력'에 관심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훌륭한 영어라니"라며 감탄한 듯하더니 "어디서 그렇게 멋지게 말하는 것을 배웠습니까? 어디서 공부하셨나요?"라고 물었다.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모국에서 교육을 받았다고 답하면서도 당황한 듯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라이베리아에서는 영어가 공식 언어이다. 다른 대부분의 라이베리아인처럼 보아카이 대통령 또한 영어를 제1 언어로 배우고 구사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어색한 칭찬이 됐다.
이날 분위기가 더욱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이유는 라이베리아의 굴곡진 역사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은 1820년대 노예 제도 폐지에 따라 흑인들을 이주시킬 서아프리카 후보지를 찾았는데, 원주민들의 저항과 희생 속에 라이베리아 일대에서 식민지 건설을 추진했다.
1816년 설립된 미국식민사회(ACS) 주도로 시작된 식민지 개척은 1847년 라이베리아 독립 선언에 이어 1862년 미국이 라이베리아 독립을 인정하면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지금도 원주민과 이주 흑인 간 내전과 독재에 따른 상흔 속에 라이베리아는 최빈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 접견에는 라이베리아 대통령을 포함해 세네갈, 가봉, 모리타니, 기니비사우 등 5개국 대통령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