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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황금기 레거시의 계승…포스트 김재호 꿈꾸는 ‘특급 루키’ 박준순

중앙일보

2025.07.0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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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재호(왼쪽 2번째)가 자신의 은퇴 경기로 열린 6일 잠실 KT전에서 후배 박준순(왼쪽 3번째)에게 자신의 유니폼을 물려주고 있다. 사진 두산 베어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를 응원하는 팬들은 요즘 새 얼굴 보는 재미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신인 내야수 박준순(19). 2025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을 받고 두산 유니폼을 입은 박준순은 루키답지 않은 방망이를 뽐내고 있다. 신인 내야수들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타율 3할대 활약으로 주전 내야수 자리를 일찌감치 꿰찼다.

그런데 박준순의 성장 과정에서 빠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지난해 두산에서 은퇴한 김재호(40)다. 김재호는 2010년대 두산 황금기를 이끈 핵심 유격수였다. 깔끔한 수비와 차분한 리더십으로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의 디딤돌을 놓았다.

두산 구단은 김재호가 30대 후반으로 접어들자 차세대 유격수를 물색했다. 그러나 주전을 맡길 수 있는 확실한 자원을 찾지 못한 채 김재호의 은퇴 시점을 맞게 됐다. 결국 두산은 지난해 열린 2025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새 얼굴을 발굴하기로 했다. 보통 1라운드에선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를 지명하기 마련이지만, 두산의 선택은 내야수로서 성장 가능성이 큰 박준순이었다.

지난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박준순도 자신을 향한 기대감을 잘 아는 눈치였다. 박준순은 “입단할 때부터 김재호 선배님의 이름이 함께 거론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뛰어난 업적을 이룬 선배님과 비교되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고 멋쩍게 웃었다. 이어 “후배로서 선배님 이름에 먹칠할 수 없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앞으로 착실하게 준비해 선배님과 같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두산 김재호(뒤)가 자신의 은퇴 경기로 열린 6일 잠실 KT전에서 후배 박준순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 두산 베어스
2015년부터 2021년까지는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신기원도 열었던 두산은 올 시즌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개막 이후 좀처럼 9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박준순과 같은 미래 자원이 빠르게 성장한다는 점은 적지 않은 소득이다.

박준순의 현재 입지는 지난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김재호 은퇴식에서 재차 확인됐다. 특별 엔트리로 등록된 김재호는 이날 KT 위즈전에서 1회초 주전 유격수로 나왔다. 아웃카운트 2개가 잡힌 뒤에는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했는데 이때 박준순이 등장해 김재호로부터 52번이 적힌 유니폼을 물려받았다. 김재호의 후계자는 박준순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킨 퍼포먼스였다.

사실 김재호도 지난해 은퇴를 준비하며 박준순의 이름을 주목했다. 함께 뛰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뒤를 이을 선수라는 점을 수차례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올해 해설위원을 맡으면서도 틈틈이 두산 경기를 찾아 박준순을 지켜봤던 김재호는 “(박)준순이는 어릴 적의 내가 갖지 못한 과감함이 있다. 또, 신인임에도 경기 흐름을 읽을 줄 알고, 공을 맞히는 재주가 있다. 아직 송구에선 부족함이 있지만, 많은 경기를 뛰면서 보완할 수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박준순. 사진 두산 베어스
2004년 데뷔한 김재호는 주전으로 도약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당시 손시헌(45)이란 거대한 벽이 있어 2013년이 돼서야 붙박이 유격수로 뛰기 시작했다. 대신 이후에는 10년 동안 주전 야전사령관으로 활약하면서 은퇴식까지 여는 레전드급 선수가 된 김재호는 “은퇴 경기 때 유니폼을 주면서 준순이는 나보다 더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느낌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공격과 수비 모두 타고난 소질이 있어서 충분히 시간을 둔다면 타율 3할대를 꾸준히 치는 내야수가 되리라고 본다. 나는 10년이 걸렸지만, 준순이는 더 빨리 주전으로 도약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지난 9일 사직 롯데전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4안타도 때려낸 박준순은 “선배님의 은퇴식을 함께하면서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유니폼을 받을 때는 울컥했고, 경기를 뛰면서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면서 “경기를 뛰면서 프로의 벽을 느끼고 있다. 그래도 몸으로 많은 것을 배우는 중이다. 김재호 선배님의 응원처럼 신인다운 과감한 플레이로 벽을 깰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말했다.

부산=고봉준 기자 [email protected]



고봉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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