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 강경보수 前대통령 재판 중단 요구하며 '50% 관세' 예고
'비리재판' 네타냐후 편들며 사면 촉구…관세 지렛대로 불법이민자·마약 대응
관세폭탄 앞세워 브라질 재판 압박…트럼프 내정간섭 노골화하나
브라질에 강경보수 前대통령 재판 중단 요구하며 '50% 관세' 예고
'비리재판' 네타냐후 편들며 사면 촉구…관세 지렛대로 불법이민자·마약 대응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라질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 중단을 촉구하며 '50% 관세 폭탄'을 예고하면서 다른 나라의 정치·사법에 개입하려는 내정 간섭이 한층 노골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브라질에 8월 1일부터 50%의 상호관세율을 적용하겠다고 예고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는 지난 4월부터 브라질에 적용된 10%의 기본관세에서 40%포인트나 인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올리려는 배경으로 정치적인 이유를 꼽았다. 특히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마녀사냥'으로 규정하고 "즉시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일방적인 관세 인상은 브라질의 경제 호혜주의 법을 고려해 처리될 것"이라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대선 패배에 불복하며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는 강경 보수 성향으로 '남미의 트럼프'로도 불리는 인사다.
현직인 룰라 대통령은 진보 성향으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재판을 두고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 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브라질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처우에 대해 끔찍한 짓을 하고 있다"며 "그는 자신의 나라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강력한 지도자이자 무역에서 매우 강인한 협상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룰라 대통령은 즉각 성명을 내 "브라질 민주주의의 수호는 브라질 국민의 책임"이라며 "우리는 그 누구의 간섭이나 보호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뉴욕타임스(NYT)는 "관세를 이용해 다른 나라의 형사 재판에 개입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은 그가 관세를 얼마나 만병통치약(one-size-fits-all cudgel)으로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특별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외국의 사법 절차에 개입하는 것은 그 나라에 대한 주권 침해로 여겨져 국제 관계에서 통상 금기시돼왔지만, 트럼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나라에서 진행 중인 재판에 목소리를 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개인 비리 혐의 재판도 '마녀사냥'이라고 규정하고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애칭)를 놓아주라"며 재판 취소와 사면을 촉구하는 글을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과정에서 긴밀히 공조했던 네타냐후 총리를 두둔하며 그에게 사법적 면죄부를 줘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이후 이스라엘 법원은 네타냐후 총리의 재판을 전격적으로 연기했다.
표면적으로는 이란과의 휴전 등 안보 문제를 이유로 2주간 재판 면제를 요구한 네타냐후 총리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지만, 트럼프가 네타냐후 재판의 중단을 요구한 직후 나온 결정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의 정치 상황에 개입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발언들을 공개적으로 하는 동시에 '관세'를 무기로 삼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지점이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들의 국내 정책 결정을 바꾸려고 시도하며 관세 위협을 사용한 것은 이번(브라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지난 1월에도 콜롬비아 정부가 미국에서 추방된 콜롬비아 국적 불법 이민자를 수용하지 않자 콜롬비아산 미국 수입품에 25% 긴급 관세를 부과하고 일주일 뒤에는 이를 50%로 인상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자 콜롬비아는 즉각 불법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조건을 수용, 사실상의 항복 선언을 하며 '관세 폭탄'을 피해 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 등과도 불법 이민과 합성마약 펜타닐 대응 문제를 협상하며 관세를 지렛대로 삼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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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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