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50주년 ‘죠스’] 블록버스터 시초로 흥행 수익 견인 제48회 아카데미 3개 부문 수상 '28세' 스필버그 세계 반열 올라
‘죠스’는 1976년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로 지명됐고. 편집, 음악, 음향 부문을 수상했다. [Universal Pictures]
1975년 6월 20일 개봉한 ‘죠스(Jaws)’가 50주년을 맞아 리마스터 버전으로 재개봉에 들어갔다.
관련 다큐멘터리 및 스필버그 감독 외 출연진들의 회고가 담긴 인터뷰를 포함한 특별 상영회 및 기념행사들도 줄을 잇고 있다. 50주년 기념 한정판 4K 블루레이와 굿즈들도 시판에 들어갔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이 전설적인 영화는 개봉 이후 순식간에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시초로 평가받는 ‘죠스’는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숨 막히는 서스펜스의 기준을 제시하며 이후의 영화산업을 영원히 바꿔 놓았다.
제48회 아카데미 시상식(1976년)에서 총 4개 부문 후보에 올라 편집상, 음악상, 음향상을 받았다. 최우수 작품상 부문에도 노미네이트되었지만,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 밀려 수상에 실패했다. 스필버그 감독이 감독상 후보에 조차 오르지 못한 것은 당시 최대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현대 블록버스터 영화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죠스’는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니라 산업적, 기술적, 문화적으로 혁신적인 사건으로 기억된다. [Universal Pictures]
동부의 평화로운 해안 마을 아미티. 어느 날 밤, 젊은 여성이 해변에서 수영하던 중 알 수 없는 존재에게 습격당해 시신으로 발견된다.
새로 부임한 경찰서장 마틴 브로디(로이 샤이더)는 시신에서 상어의 흔적을 발견하고 해수욕장 폐쇄를 주장한다. 하지만 시장은 여름 한 철 관광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마을 사정상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는 오히려 상어의 출현을 은폐하고 부검의에게 보트 사고로 위장하도록 압력을 가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소년이 상어에게 또다시 희생된다. 이에 소년의 어머니가 포상금을 내건다. 마을은 아마추어 상어 사냥꾼들로 북적인다. 베테랑 상어 사냥꾼 퀸트 선장(로버트 쇼)이 거액을 요구하며 상어 포획에 자신감을 보인다. 브로디 서장은 해양 전문가 후퍼(리처드 드레이퍼스)와 함께 퀸트 선장의 배에 오르며 식인 상어 사냥에 나선다.
세 사람은 거대한 백상어와 사투를 벌인다. 상어의 엄청난 위력에 배는 파손되고 퀸트 선장이 상어에게 잡혀먹히는 비극을 맞는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브로디와 후퍼는 마지막 수단으로 상어의 입에 산소 탱크를 던져 넣고 총을 쏴 폭발하게 함으로써 상어를 죽이는 데 성공한다. 두 사람은 파괴된 배의 잔해를 잡고 간신히 섬으로 헤엄쳐 돌아온다.
스필버그는 단순한 상어 공포영화를 넘어 인간의 탐욕과 자연의 압도적인 힘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 그 결과 ‘죠스’는 해양 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며 현대 영화 산업의 판도를 영원히 바꾸어 놓으며 영화 마케팅에 혁명을 일으켰다. 개봉 첫 주부터 전국 규모의 대규모 배급과 TV 광고를 활용해 최고의 흥행 수익을 견인했다. 이는 오늘날 대작 영화 마케팅 모델의 시초가 됐다. 영화의 성공은 이후 ‘스타워즈’(1977)로 이어지며 ‘블록버스터’라는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된다.
‘죠스’는 상어 영화, 해양 공포라는 비주류 장르가 대중적인 흥행 장르로 부상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후 상어, 악어, 괴수 등이 등장하는 수많은 아류 또는 변형 장르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1975년 1편 발표 이후, 3편의 속편이 발표됐지만, 그 어느 작품도 원작에 견줄만한 수준을 지니지 못했다. 그러나 상어가 바닷속 아래에서 등장하여 공포감을 불러오는 해양 공포물 영화들이 줄을 이었다.
360만 년 전 생존했던 거대 상어가 등장, ‘죠스’의 후계 작으로 언급되는 '메가로돈(The Meg)'을 비롯, '47 미터스 다운(47 Meters Down)', '섈로우(The Shallows)', '오픈 워터(Open Water)' 등이 나름 박스 오피스에서 선전했다.
1999년작 ‘딥 블루 씨(Deep Blue Sea)'는 유전자 조작으로 똑똑해진 상어들이 연구소에서 탈출하는 내용을 담았고, 침몰한 요트에서 탈출한 사람들이 상어의 추격을 받는 내용의 '리프(The Reef, 2010)'는 실화에 바탕을 둔 작품이었다. 1979년 발표되어 또 다른 공포영화 클래식으로 자리 잡은 ‘에일리언(Alien)'도 처음에는 ‘우주의 죠스’로 불리며 ‘죠스’의 아류로 인식됐다.
이러한 영화들은 대체로 한 명씩 죽어가는 전개, 보이지 않는 괴생물체의 등장, 폐쇄된 환경에서의 공포감 조성 등 ‘죠스’에서 사용됐던 긴장과 공포 연출 방식을 마치 공포 영화의 교본처럼 그대로 답습했다.
상어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공포를 극대화한 방식은 영화사적으로도 중요한 연출 기법으로 남아 있다. 이는 원래 예산 문제와 기계 상어의 고장 때문에 일어난 사고가 그 동기였지만 결과적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심리적 공포의 기념비적 사례가 되었다.
당시 28살에 불과했던 스티븐 스필버그는 ‘죠스’로 단숨에 세계적인 감독 반열에 올랐고 이후 조지 루카스, 프란시시 코폴라, 마틴 스코세이지 등의 감독들과 함께 ‘뉴 할리우드’의 주류로 부상하며 혁신적인 작품들로 영화계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했다.
존 윌리엄스는 심장을 뛰게 하는 단 2개의 음악으로 점점 접근해오는 상어에 대한 공포감을 표현,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운드트랙의 위치에 올랐다. 공포 그 자체였던 시그니처 테마는 이후 내러티브와 긴장감을 조절하는 영화 음악의 교과서적 존재로 인식되며 후세대 영화음악 분야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은 9월 14일부터 기념비적인 여름 블록버스터 ‘죠스’ 개봉 50주년 기념 전시회 ‘죠스: 더 익스피리언스’(Jaws: The Experience)를 개최한다. [Academy Museum of Motion Pictures]
한편, 윌셔가에 자리한 아카데미 영화박물관(Academy Museum of Motion Pictures)은 9월 14일부터 기념비적인 여름 블록버스터 ‘죠스’ 개봉 50주년 기념 전시회 ‘죠스: 더 익스피리언스(Jaws: The Experience)’를 개최한다. 단일 영화를 주제로 한 역대 최대 규모 전시회다.
영화에 사용된 200여 점의 오리지널 세트와 소품들, 그밖에 다양한 영상 기획물들이 전시되는 이번 전시회는 관람객들에게 영화의 공포를 실제 재현, 인터액티브 체험을 제공하는 이벤트로 기획됐다.
전시는 50년이 지난 지금도 영화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고 몰입도 높은 작품 중 하나로 남아 있는 ‘죠스’가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스필버그 감독을 포함 촬영, 음향 등 제작진의 참여로 공개될 예정이다. 오리지널 극장 개봉 포스터, 아트 프린트, 빈티지 전시물들을 통해 영화 산업, 대중문화, 그리고 사회 전반에 미친 ‘죠스’의 기념비적인 영향력을 살펴볼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