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해수부) 부산 이전을 본격화하자 충청권에서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종시민은 시민문화제를 여는 등 거리로 나섰고, 세종시민단체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해수부 노조는 단식 투쟁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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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해수부 이전하면 세종 경제 큰 타격"
해수부 시민지킴이단은 오는 11일 오후 7시 세종 나성동 현대자동차 옆 광장에서 ‘해수부 부산 이전 반대 시민문화제’를 연다. 해수부 시민지킴이단은 세종 시민 등으로 구성된 단체다. 해수부 시민지킴이단은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대전·충남·세종이 다 가지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하는 등 지역 간 갈등을 조장하고 충청인을 폄훼했다”며 “이번 문화제를 통해 이 대통령 발언이 왜 문제인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자발적인 시민 참여와 여론 확산을 끌어내겠다”고 밝혔다.
행사에선 문화공연과 시민 자유발언, LED봉 퍼포먼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번 문화제엔 최민호 세종시장도 참석해 자유발언에 나설 예정이다.
박윤경 해수부 시민지킴이단장은 “만약 해수부가 이전하면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관련 기관이 잇따라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이렇게 되면 전국 최고 수준의 상가 공실(空室)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종 경제가 거덜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를 기업도시로 축소하려 했던 시도도 세종 시민 저항으로 막아냈다. 이번에도 시민이 힘을 모은다면 해수부 이전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세종YWCA·YWCA충청권역협의회·세종시여성단체협의회 등은 지난 9일 공동 성명을 내고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국가적 대의를 현 정권이 바꿔버린다면 국정의 신뢰도는 바닥을 칠 수밖에 없다"며 "행정수도 이전은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만든 이후 꾸준히 추진된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세종 YWCA는 여성가족부 등 아직 이전하지 않은 부처의 세종 이전과 함께 대통령실·국회의 이전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는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고 일관된 국가 비전과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시 소상공인연합회도 10일 성명을 통해 "해수부 부산 이전 결정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해수부 이전 공약을 강행하려면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완성하겠다는 공약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대로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직 세종시의원 모임인 세종시 의정회는 "해수부 이전은 국가균형발전 전략과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국가적 대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정"이라고 했다.
해수부 노조, 단식 나서
이런 가운데 국가공무원노조 해수부지부(해수부노조)는 지난 9일 국회에서 삭발식을 하고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단식은 정부 책임자의 면담 수용 시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해양수도는 위치가 아니라 해양정책 역량 문제이고, 속도보다 품질이 먼저"라면서 "해수부 직원들은 국가가 제시한 방향을 따를 준비가 됐지만, 무모한 질주가 아니라 책임 있는 설계와 실행의 길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주장했다. 최민호 시장과 박윤경 해수부 시민지킴이단장은 10일 오후 해수부 노조 단식 현장을 찾아 격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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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웅 서천군수 "해수부 이전하면 해양바이오 큰 차질"
충청 기초자치단체장도 반발하고 있다. 김기웅 서천군수는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해수부가 부산으로 가면 서천군과는 거리가 엄청나게 멀리 떨어지게 된다”라며 “이렇게 되면 서천군이 추진하는 해양바이오 산업 생태계 구축 작업에도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천에는 해양바이오 산업진흥원·인증지원센터,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등 해양 관련 기관이 많다. 김 군수는 서해안 항만 기능도 언급했다. 김 군수는 "서해안에는 인천항, 평택·당진항, 장항항 등 국가 주요 항만이 균형 있게 분포돼 있고, 이들 항만은 수산업과 물류 산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