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친절하게 대접받을 줄은 몰랐네요. 이러다 온종일 (회동)할 수도 있겠어요.”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아프리카 5개국 정상과 오찬 회동을 하며 한 말이다.
이날 오찬에 참석한 정상은 기니비사우, 세네갈, 모리타니, 가봉, 라이베리아의 대통령들이었다. 오찬 자리에서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은 평화의 사도이자 위대한 지도자” “노벨 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 등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고 “아첨이야말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며 “무기 구매나 병력 파병처럼 돈이 드는 요구가 아닌 칭찬 외교”라고 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부터 노벨 평화상에 깊은 집착을 보여왔다. 여러 회의와 연설에서 수시로 노벨상을 언급했고, 자신이 받지 못한 데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취임 몇 달 만에 수상한 전례를 수차례 거론하며 “왜 나는 안 되느냐”는 발언도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은 그동안 낮게 평가됐지만, 최근 외교 무대에선 분위기가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눈에 들려는 세계 정상들과 정치인들이 ‘노벨상 카드’를 우후죽순 꺼내 들고 있기 때문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7일 그를 후보로 추천하는 편지를 직접 노벨 위원회에 제출했고, 백악관 회동 당시 사본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당신에게서 온 추천서라 매우 의미 있다”는 감사 인사를 했다. 파키스탄 역시 인도와의 긴장 완화 중재 공로를 들어 노벨상 추천에 나선 바 있다.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지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다렐 이사, 버디 카터 하원의원과 버니 모레노 상원의원 등이 위원회에 추천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가자지구에서 미국인 인질 석방을 시도한 점, 이란과의 긴장 완화 시도, 이스라엘과의 연계 강화 등을 근거로 내세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칭찬에 취해 외교적 결례를 범하기도 했다. 이날 아프리카 정상들과의 오찬에서 흡족해 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영어로 발언한 조지프 보아카이 라이베리아 대통령에게 “영어 잘하시네요. 어디서 그렇게 배우셨나요?”라며 치켜세우면서다. 라이베리아는 미국이 19세기 노예 제도를 폐지한 뒤 흑인들이 아프리카로 집단 이주해 세운 나라다. 영어는 라이베리아의 공식 언어이자 보아카이 대통령의 모국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