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자영업자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부진 장기화에 10명 중 4명은 3년 내 폐업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10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자영업자(음식점업, 숙박업, 도·소매업 등)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3% 감소했다. 응답자들이 밝힌 순이익 증감 폭을 평균 낸 값이다. 순이익이 감소했다는 응답은 76.8%, 증가했다는 응답은 23.2%였다. 올 상반기 매출도 평균 15.2% 줄었다.
올 하반기에도 실적 부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하반기 순이익과 매출의 예상 감소 폭은 각각 8%, 7.7%로 집계됐다.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되는 경영비용은 ‘원자재·재료비(22.4%)’ ‘인건비(22.3%)’ ‘임차료(18.2%)’ ‘대출 상환 원리금(13%)’ 등의 순이었다.
올 상반기 자영업자들의 평균 대출금액은 1억360만원이었다. 월 이자는 81만원으로, 연평균 금리는 9.4%에 달했다. 한경협은 “예금은행 평균 대출금리가 4.5%이고 500만원 이하 소액대출 금리가 6.8%인 점을 고려할 때, 자영업자들이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어 금융 부담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응답자의 43.6%는 향후 3년 이내에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이유로는 ‘영업실적 지속 악화(28.2%)’ ‘경기회복 전망 불투명(17%)’ ‘자금 사정 악화·대출 상환 부담(15.1%)’ ‘원재료비 등 원가 상승으로 비용 부담(13.8%)’ 등을 꼽았다. 최근 가장 큰 경영 애로사항을 묻자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매출 감소(36.2%)’ ‘물가 상승으로 인한 원부재료 매입비 부담(25.1%)’ 등을 꼽았다.
자영업자들은 매출 증대를 위한 대책으로 ‘소상공인 사업장 신용카드 소득공제율·한도 확대(30%)’ ‘지역별 소규모 골목상권 육성(17.1%)’ ‘소상공인 전용 디지털플랫폼 구축·공공판로 확대(14.3%)’ 등을 꼽았다. 경영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세금 납부 유예 등 세제지원 강화(22.2%)’ ‘원부자재 유통구조 개선 등을 통한 가격 안정화(20.7%)’ ‘상가임대차 보호대상 확대 및 임대료 지원 강화(18.7%)’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저성장 장기화에 따른 가계 소비심리 위축, 구조적 내수 부진으로 상당수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자영업자의 실질적인 경영·금융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