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PAC) 요격미사일 체계를 지원할 수 있다고 공식화했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몇 달 안에 무너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서방 언론 보도가 나왔다. 종전 실마리를 좀처럼 찾고 있지 못하는 우크라이나전이 한때 '트럼푸틴'으로 불리며 브로맨스를 강조하던 두 강대국 정상의 대결로 비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아프리카 정상들과의 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PAC 체계를) 요청했고 우리는 (지원 여부를)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PAC은) 매우 비싸다”면서도 “우크라이나는 공격을 매우 세게 받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애초 기대와 달리 러시아가 전쟁 종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계속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10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유연함 부족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크렘린 사정에 밝은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은 몇 달 안에 우크라이나의 방어선이 무너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가 어그러지는 것에 대해서도 푸틴 대통령은 어느 정도 감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NYT에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이 꺾일 것에 대비해왔고,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시행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 5월부터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에 병력을 집중 배치하고 진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 서방에서는 러시아가 이른바 '여름 대공세'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포로로 잡힌 러시아군 장교들이 이번 공세가 우크라이나의 사기를 꺾기 위한 ‘마지막 공격’이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다만 러시아군의 공세가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선 돌파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의문시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22년 2월 개전 이후 러시아군은 90만~130만 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중 사망자만 19만~35만 명 정도다. 이에 반해 우크라이나군의 경우, 7만3000~14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또 러시아가 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 속도를 유지하더라도 우크라이나 전체를 정복하는 데는 89년이 더 걸릴 것이란 추산도 나왔다. 대상지를 좁혀, 푸틴 대통령이 점령지로 선언한 우크라이나 영토인 루한스크, 도네츠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 4개 지역의 미점령 지역을 러시아군이 완전히 차지하는 데도 2029년 2월은 돼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