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원회(국정위)가 이재명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서 ‘내란종식’이라는 카테고리를 제외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고 있다. 2017년 국정농단 사태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국정과제 1호 타이틀로 내세우며 대대적 사정 정국을 조성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국정위 관계자는 10일 “현재 취합한 120여개 국정과제 목록에 내란 언급은 빠져 있다”고 밝혔다. 국정위는 이 같은 국정과제 초안을 기반으로 대통령실 및 국무총리실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새 정부의 비전을 담는 국정과제에 ‘내란종식’ 타이틀이 부합하지 않는다는 공감대를 토대로 정치·안보·사회 등 각 개별 과제의 추진 배경에 내란 문제를 적시하는 안이 유력하다고 한다.
당초 정부 출범 직후만 하더라도 ‘완전한 내란종식’이 국정과제 1호가 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지난해 12·3 비상 계엄 사태를 계기로 6·3 조기 대선이 실시됐고, 이재명 대통령도 ‘내란종식’을 기치로 대선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새벽 당선이 확실시되자 “여러분이 맡긴 첫 번째 사명은 내란을 확실히 극복하는 일“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취임 이후 ‘국민 통합’을 거듭 강조하면서 국정 기조도 바뀌고 있다. 국정위 핵심관계자는 “내란종식에 못지 않게 국민 통합도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이 대통령도 지난 3일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전체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국민이 하나로 모일 수 있는 통합의 국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7대 종교 지도자들과의 오찬에선 “사회가 지나치게 분열적, 대립적이고 갈등이 많이 격화돼 있어 참 걱정”이라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청산을 국정 전면에 내세웠다가 정치 보복이란 역풍을 맞았던 전례를 반면교사 삼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인수위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1호 국정과제로 ‘철저하고 완전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국정농단의 보충 조사 및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과제 목표로 제시했었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 전반부는 윤석열 검찰을 앞세운 전방위적 사정 정국으로 채워졌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 통합을 강조한 이 대통령 입장에선 이미 특검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의도적으로 국정 운영의 방점을 전 정부를 상대로 한 수사에 찍을 필요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했다.
야당은 이같은 움직임을 ‘이중적 태도’라고 비판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통령은 말로는 국민 통합을 외치면서 뒤에서는 특검을 통해 사정 정국을 조성했다”며 “겉으론 웃고 뒤에서 칼을 꽂는 이재명식 정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