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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따리 예술가' 김수자,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 받았다

중앙일보

2025.07.09 23:31 2025.07.10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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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따리 예술가'라 불리는 현대 미술가 김수자(67)씨가 9일 주한 프랑스 대사관저에서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Officier de l'Ordre des Arts et des Lettres)를 받았다. 1957년 프랑스 문화부가 제정한 문화예술공로훈장은 예술과 문학 분야에서 탁월한 창작 활동을 펼치거나 영향을 미친 인물에게 주어지며 슈발리에(Chevalier), 오피시에(Officier), 코망되르 등 세 등급으로 나뉜다. 코망되르가 가장 높은 등급. 김씨가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을 수훈한 것은 2017년 '슈발리에'를 받은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9일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필립 드 페르투 주한 프랑스 대사(왼쪽)에게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를 받고 있는 김수자 작가. 촬영 사진작가 김진솔. 사진 김수자 스튜디오
이날 수훈식에서 필립 페르투 주한 프랑스 대사는 "김씨는 일찍이 사진, 비디오, 천과 유리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서 폭넓게 작업해온 세계적인 작가"라며 "특히 할머니와 어머니가 천 조각을 꿰매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한 그의 '바느질' 연작은 전통 재료와 실험성을 융합한 독창적인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페르투 대사는 이어 "이렇게 시작한 그의 작업은 이후 천으로 감싸고 묶는 작업을 통해 '보따리'로 탄생됐다"며 "김수자의 보따리는 한국 문화의 상징적 물건이자 또 떠남을 상징하는 오브제로 전세계로부터 주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대사는 이어 "그동안 프랑스에서 선보인 예술을 통해 프랑스와 한국의 두 문화를 이어주고 또 엮어주고 가교 역할을 해 주시는 작가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1957년 대구에서 태어난 김씨는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했다. 한때 회화를 했으나 1990년대 초반부터 거리에서 수집한 보자기, 이불보, 헌 옷 등을 꿰매고 천으로 오브제를 감싸는 설치 작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를 시작으로, 뉴욕 MoMA, 독일 카셀 도큐멘타, 리옹 비엔날레, 구겐하임 미술관 등 해외 유수 문화기관에서 작업을 선보여왔다.
9일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를 받은 후 소감을 밝히고 있는 김수자 작가. 사진작가 김진솔 촬영. 사진 김수자 스튜디오.

그 중에서도 프랑스에서는 퐁피두 메츠 개인전, 메츠 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영구 설치, 프와티에 도시 프로젝트 등 많은 작업을 해왔다. 특히 지난해 3월 20일부터 9월 2일까지 파리 피노컬렉션 미술관(부르스 드 코메르스)에서 한국인 최초로 카르트 블랑쉬(Carte blanche) 자격을 부여받고 개인전 형식으로 작품을 발표해 크게 주목받았다. 카르트 블랑쉬는 백지수표라는 뜻으로, 미술관이 작가에게 기획부터 전시까지 전권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미술관의 상징적 공간인 로툰다 전시관 바닥에 418개의 거울을 설치한 작품 ’호흡’을 비롯해, 1층 26개의 유리장, 그리고 지하층에 ‘바늘 여인’, ‘실의 궤적’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2024년 프랑스 파리 피노컬렉션 미술관(부르스 드 코메르스)에서 열린 '호흡-별자리' 전시 전경. 김수자 작가는 유리 돔 천장 아래 원형 전시장 바닥을 418개 유리로 뒤덮었다. [사진 드 코메르스-피노컬렉션]
김씨는 "1984년 프랑스 정부의 장학금을 받고 국립예술학교(에콜 드 보자르)에서 6개월간 석판화 수업 연수를 하며 프랑스와 인연이 시작됐다"며 "그동안 프랑스 정부와 공공·사립 미술관의 관심과 전폭적인 후원을 받으며 작업을 이어올 수 있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이은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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