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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방 前고문 “주한미군 1만명으로 감축해야…위기시 전투책임 한국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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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9 23:43 2025.07.10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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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23일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정찰기 RC-12X 가드레일이 이륙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약 2만8500명 수준인 주한미군 규모를 약 1만명으로 줄여야 한다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수석 고문 출신의 댄 콜드웰이 주장했다. 지난 5월 ‘주한미군 4500명 감축을 통한 괌 등 인도태평양 지역 재배치 검토설’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보도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워싱턴 DC 조야에서 활발해지는 흐름에서 나온 얘기다. 다음 달 공개되는 미국의 새 국방전략(DNS)에 이러한 주한미군 규모 감축 및 역할 재조정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콜드웰 전 고문과 미 싱크탱크 ‘국방 우선순위(Defense Priorities)’의 제니퍼 캐버노 선임연구원은 9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 ‘미 국익에 부합하는 글로벌 군사태세 조정’에서 “동아시아에서 미군 태세는 중국 견제 및 미국 이익 보호에 초점을 맞춰 재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 지역 내 일부 미군을 철수시키고 역내 새로운 장소로 이동시켜 동맹ㆍ파트너에 방위 책임의 상당 부분을 넘기고, 준비태세 무게중심을 일본(오키나와)ㆍ대만ㆍ필리핀ㆍ보르네오섬 북부를 잇는 기존의 ‘제1도련선(First Island Chain)’에서 괌ㆍ사이판ㆍ팔로우 등을 잇는 ‘제2도련선(Second Island Chain)’으로 후방 이동시킬 것을 권고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수석 고문을 지낸 댄 콜드웰. 사진 소셜미디어 엑스(X) 캡처


“제2보병사단, 전투기 2개 대대 철수”

이들은 “아시아 지역 내 미군 태세가 수정되면 주한미군 수가 크게 줄어 한국에 1차적자위 책임이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근본적인 사실은 북한이 미국에 대한 주요 위협이 아니라는 것”이라는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의 지난해 5월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며 “한국은 재래식 군사력에서 북한에 비해 상당한 우위를 확보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지원 없이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국방부 핵심 브레인으로 꼽히는 콜비 차관은 NDS 수립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한국에서 기지 방어와 무관한 모든 지상 전투부대와 육군 통신ㆍ정보ㆍ본부 부대 및 지원유지 부대 일부를 줄일 것을 권장한다. 이 경우 순환 전투여단(BCT)과 육군 전투항공부대를 포함한 제2보병사단 대부분이 한반도에서 철수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주한미군 기지의 전투기 비행대대 2개와 함께 항공 정비 및 기타 지원 부대ㆍ인력의 약 3분의 1도 미국으로 복귀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주한미군 병력을 50% 이상 감축하고 약 1만명의 병력과 2개 전투기 비행대대 및 지원 병력이 남게 된다”고 부연했다. 결국 “한반도에 남는 지상군은 주로 지원ㆍ유지ㆍ병참ㆍ유지ㆍ보수에 투입되며 한반도 위기 시 전투작전 책임은 한국군에게 맡기게 된다”는 논리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수석 고문을 지낸 국방 전문가 댄 콜드웰과 미 싱크탱크 ‘국방 우선순위(Defense Priorities)’의 제니퍼 캐버노 선임연구원이 9일(현지시간) 함께 펴낸 보고서 ‘미 국익에 부합하는 글로벌 군사태세 조정’ 표지. 사진 ‘국방 우선순위’ 홈페이지 캡처


“동맹국 안보 무임승차 여전”

이들은 또 “미국의 동맹국과 파트너들의 (안보) 무임승차가 여전히 문제”라며 한국을 두고 “다른 많은 동맹국보다 국방비를 더 많이 지출하지만 주요전투지원 역량 일부를 계속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전날 각료 회의에서 한국을 콕 집어 “한국은 스스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했었다.

콜드웰 전 고문과 캐버노 연구원은 주한미군 감축이 합리적이라는 이유로 “한국이 한반도 외 역내 다른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한국에 있는 기지를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접근권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역내 국지전 발생 시 한국에 있는 미군 전력을 활용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만 해협 등에서 중국과의 무력충돌이 벌어질 경우 주한미군의 개입을 한국이 반대한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이들의 보고서는 국방부가 미국의 핵심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아시아, 유럽, 중동 등에 배치된 20만명 이상의 미군 태세를 전반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작성됐다. 이들은 “미국의 글로벌 군사 태세 검토는 ▶미 국토 보호 ▶주요 지역 내 패권 부상 방지 ▶동맹ㆍ파트너에 (안보) 부담 전가 ▶미국 경제안보 보호 등 4가지 우선순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아시아 지역 내 미군 태세는 너무 공세 지향적이며 중국 국경과 가까이 있어 실제 분쟁 발생 시 미국 인력과 자산 보호에 취약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콜비 주도 ‘美 국방전략’ 반영 가능성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 지난해 4월 23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워싱턴=조셉 리 기자
이번 보고서는 한국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통상ㆍ투자ㆍ구매ㆍ안보 현안을 묶어 포괄적으로 협의하는 ‘패키지 협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와 주목된다. 특히 콜비 차관의 인식과 상당 부분 궤를 같이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콜비 차관은 그간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 억제는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맡고 주한미군은 대중(對中)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인식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4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국은 직접 한반도를 방어해야 한다. 한국의 핵무장을 포함한 모든 카드를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했었다.

콜비 차관은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방공미사일과 정밀 탄약 선적을 일시 중단한 국방부 결정을 주도한 당사자라는 얘기가 나온다. 호주가 미국ㆍ영국과 체결한 오커스(AUKUS) 합의에 따라 미국에서 원자력추진 잠수함을 제공받기로 한 계획을 트럼프 행정부가 재검토하기로 한 것도 콜비 차관 구상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콜비 차관이 주도해 오는 8월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 NDS에 주한미군 감축ㆍ재편이 담길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한편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이날 한 세미나에서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기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것인가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 정상 가운데 누구를 먼저 만날 것인지가 이재명 정부 외교정책의 중대 포인트가 될 거라는 분석이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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