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열사병·열탈진 등 온열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당국 집계 시작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1000명을 넘어섰다. 보건 당국은 야외 근로자와 노인 등 폭염 취약계층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1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 올해 온열 질환 감시체계를 가동한 이후 지난 8일까지 응급실에 방문한 온열 질환자는 총 1228명이다. 질병관리청은 "2011년 '온열 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운영 이래 누적 환자 수가 가장 이른 시기에 1000명에 도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중 사망자는 8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486명)과 비교하면 환자는 약 2.5배, 사망자는 2.7배 늘었다.
열사병과 열탈진으로 대표되는 온열 질환은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됐을 때 발생하는 급성 질환이다. 두통, 어지러움, 근육 경련, 피로감, 의식 저하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어린이나 노약자, 만성 질환이 있다면 위험도가 훨씬 높다"며 "온열 질환이 심하다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만큼 많은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온열 질환자 수는 지난달 28일 이후 전국 평균 최고기온이 31도 이상을 유지하면서 급등하고 있다. 지난 8일 하루에만 238명이 온열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일일 환자 수가 200명을 넘은 것은 2018년 8월 3일 이후 약 7년 만이다.
전체 온열 질환자의 81.1%(996명)는 실외에서 발생했다. 이 중에서도 작업장(28.7%), 논밭(14.4%), 길가(13.9%) 등 야외 활동 중 환자가 특히 많았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이 61.1%, 65세 이상은 33.6%를 각각 차지했다. 질병관리청은 "야외 근로자와 어르신 등 폭염 취약집단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 필요" 전문가들은 온열 질환을 예방하려면 고온 환경에서 장시간 활동을 피하고,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유정 고려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야외 활동 전에는 반드시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폭염 특보가 발효된 날에는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야외 활동을 할 땐 수분을 자주 섭취하고, 통풍이 잘되는 편안한 복장을 갖추는 것이 온열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에 따르면 온열 질환에 취약한 야외 근로자는 햇볕이 가장 강한 시간대인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는 야외 작업을 피하고, 작업이 불가피하다면 20~30분 간격으로 규칙적인 휴식과 수분 보충이 필요하다.
열대야도 온열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올해는 예년보다 빠른 열대야와 폭염으로 온열 질환 발생 위험이 매우 높다"며 "농어민과 야외 작업자는 물론 노인·어린이·기저질환자는 열대야와 폭염 속에서 쉽게 탈진하거나 건강이 악화할 수 있다. 이웃과 가족들이 자주 안부를 확인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의 '열대야 대비 건강수칙'에 따르면 실내 온도·습도 관리, 수면 전 샤워 등 자기 전 숙면을 돕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