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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 “김정은, 자발적 비핵화 의지 없어”…'선의' 의존 않는다는 방침 명확화

중앙일보

2025.07.10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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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자발적으로 비핵화를 추진할 의지가 없다”며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외교·안보 라인의 고위 당국자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이처럼 명확한 평가를 내놓은 것은 다소 이례적으로, 군 안팎에선 북한의 ‘선의’에 기대 결과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한 문재인 정부의 전례를 밟지 않겠다는 의미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안규백 국방부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집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안 후보자는 ‘북한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있는가’라는 서면 질의에 “북한은 핵무력 정책을 사회주의 헌법에 명시하는 등 자신들의 계획에 따라 핵 능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며 “이를 고려해 볼 때 김정은이 자발적으로 비핵화를 추진할 의지는 없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군 당국이 통상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즉답보다는 “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취지의 공식 입장을 내곤 했던 점을 고려하면 안 후보자의 이런 의견 표명을 가볍게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재명 정부가 남북 화해 기조를 내세우고 있지만, 남북 간 교착 상태 장기화로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론도 상당하다는 뜻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안 후보자가 전임 윤석열 정부의 대북 억지력 강화 기조를 일관되게 이어가겠다는 태도를 취한 점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비핵화 의지가 없는 김정은을 상대하려면 문재인 정부 때와 달리 대북 군사적 압박을 펼쳐야 할 필요성이 상당하다고 본 것이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7월 한·미·일 3국이 약속한 ‘3국 군사훈련 정례화와 체계화’의 이행 여부에 대해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과 역내 안정을 위해 한·미·일 안보협력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협력 수준을 심화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북한이 한·미·일 훈련에 반발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한·미·일 3자 훈련은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제 및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3국 간 군사 협력 강화는 방어적 조치이며, 결과적으로 남북 간 ‘강 대 강’ 대치 구도가 형성되더라도 이는 필수라는 점을 명확히 한 셈이다.

안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1기 행정부 사이 이뤄졌던 한·미연합연습 축소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서도 일단 선을 그었다. 그는 ‘한·미 간 훈련이 정상적으로 시행될 필요가 있다’는 강 의원 측 의견에 “한·미연합연습 및 훈련의 정상적인 시행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며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연합연습과 훈련의 실효성을 제고해 나가겠다”고 호응했다.

윤석열 정부가 역점을 둔 3축 체계 강화 방침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킬체인(Kill Chain)·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KAMD)·대량응징보복 체계(KMPR)로 이뤄진 3축 체계를 놓고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용어를 ‘대응체계’ 등으로 대체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를 되살렸다. 안 후보자는 “‘한국형 3축체계’의 용어 변경에 대해 검토한 바 없는 것으로 안다”며 “한국형 3축 체계 능력을 지속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4월 2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화의 집 앞에서 판문점 선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다만 일각에선 이를 관여를 통한 비핵화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한다. 김정은의 자발적 비핵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는 결국 비핵화의 목표를 낮춘 핵군축 등 ‘스몰 딜’을 통해서라도 위협을 줄여야 한다는 뜻일 수 있어서다. 군 관계자는 “압박과 관여 중 어느 한 방향을 지향한다고 단정하지는 않고 있다”며 “북한의 전향적 태도를 이끌어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의미로 본다”고 말했다.



이근평([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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