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 암살범 안두희를 처단한 박기서씨가 10일 0시10분께 경기도 부천 한 병원에서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77세.
전북 정읍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기도 부천 소신여객 시내버스 기사로 일하던 1996년 10월23일 인천 중구 신흥동의 안씨 집에 찾아가 직접 제작한 40㎝ 길이 ‘정의봉’으로 그를 살해했다.
범행 후 7시간 만에 경찰에 자수하고 “백범 선생을 존경했기에 안두희를 죽였다. 어려운 일이었지만 당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인은 당시 안두희의 배후를 쫓았던 권중희씨의 책 『역사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다』를 읽고 안두희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데 격분해 살해를 결심했다고 한다.
안두희는 1949년 6월 26일 서울 서대문 인근 경교장(현 강북삼성병원 자리)에서 권총으로 김구를 암살했다. 그는 “김창룡 특무대장의 지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종신형을 선고받고 육군형무소에 갇혔다가 감형됐고, 1951년 2월 풀려나 사면까지 받은 뒤 군에서 포병장교로 복귀했다.
범행 후 경찰에 자수한 고인은 각계각층의 탄원 속에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수감됐으나, 1998년 3·1절 대사면 대상에 포함돼 1년 4개월 만에 출소했다. 이후 버스 기사로 일하다가 2002년 개인택시 면허 취득 후 부천에서 택시 기사로 일했다.
고인의 빈소는 부천장례식장 7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2일 오전 5시, 장지는 모란공원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