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지난해 8월보다 빠르고, 경계감이 더 심하다"며 "그때는 저희가 한번 쉬고(금리 동결), '집값이 잡혔구나' 생각했는데, 지금은 해피엔딩이 금방 올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10일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걱정을 좀 많이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단 수도권 주택가격이 상승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대 심리를 안정시키고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정책 우선순위”라며 금리 숨 고르기의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의 6ㆍ27 대출 규제에 대해서도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Q : 가계 부채 상황에 대한 평가는.
A : “가계부채 수준은 국내총생산(GDP)의 90%에 가깝고, 더 커지면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지금 수준에도 이미 소비와 성장을 많이 제약하는 임계 수준에 와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수도권 지역에서 번져나가면 젊은 층의 절망감 등 사회적ㆍ정치적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대통령도 말씀하셨지만, 대출 규제로 충분치 않으면 여러 추가 정책을 해야 할 것이다.”
Q : 전세금 상승이 집값을 밀어 올리기도 하는데.
A : “정책금융과 전세금은 기본적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같은 규제에 넣어야 한다. 사실 전세 제도 자체도 바꿔야 한다. 몇 억씩 되는 돈을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담보 등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금융 안정의 문제가 생긴다. 정부의 이번 대책이 갭투자 없애는 방향이기에, 전세를 통해서 투자하는 것은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Q : 향후 3개월 금리 전망은.
A :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여섯 명 중에서 네 명은 현재 2.5%보다 낮출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향후 미국과의 관세 협상, 정부의 부동산 대출 관리 정책의 효과 등을 살펴보면서 결정해나가야 한다는 이유였다. 나머지 두 명은 금리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는데, 금융 안정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고,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2%포인트 이상으로 확대되는 것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했다.”
Q : 추가경정예산의 효과와 올해 1% 성장률이 가능한지.
A : “5월에 올해 경제 성장률을 0.8%로 예측했다. 1차 추경(5월부터 집행)과 2차 추경(이달부터 집행)이 GDP를 각 0.1%포인트 정도 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소비와 수출이 좋게 나오고 있지만 건설 투자는 생각보다 더 나쁘다. 또 8월 이후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관세, 우리의 생산기지가 있는 베트남ㆍ멕시코ㆍ캐나다와 (수출 영향이 큰) 유럽연합(EU)과 중국의 관세가 어떻게 되는 지가 중요하다.”
Q : 13조9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소비쿠폰이 경기 회복에 미치는 영향은.
A : “저소득층에서는 한계소비성향이 0.5 정도(받은 돈의 50% 소비), 고소득층에서는 0.1 조금 넘는 수준(10% 이상 소비)으로 예상된다. GDP를 0.1%포인트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본 근거다. 이전과 다른 것은 (소득별) 차등으로 전국에 지급했다는 것이다. 내년 초에 분석이 가능할 거 같다."
Q : 달러 스테이블코인 대응 차원의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은 효과가 없다고 했는데.
A : “한국은행이 ‘한강 프로젝트(은행의 예금 토큰 발행 실험)’를 한 것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안전하게 도입하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도입 방식이다. 비은행 금융기관을 포함해 다수의 민간 화폐가 만들어지면 화폐 가치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은행만 허용해도 외환 자유화 정책과 충돌한다. 비은행기관이 지급 결제를 할 수 있고 예금도 일부 가져가는데, 은행과 같은 강한 규제를 안 받으면 그것도 이상하다."
Q : 금융당국의 조직개편이 논의되고 있는데.
A : “필요하다. 20년 넘게 가계부채가 한 번도 줄지 않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가 생기는 것은 거시건전성 정책이 실제로 강하게 집행되지 않았단 뜻이다. 기재부·금융위·금감원·한은이 거시건전성을 논의할 수 있고, 한은이 목소리 높여서 강력히 집행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한은의 공동검사ㆍ조사 권한도 커져야 한다.”
Q : 여당 일각에서 가계 부채 관리 당부와 관련 “오지랖이 넓다”고 비판했는데.
A : “한은이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한은의 책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