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올해 세제 개편안의 핵심 사안 중 하나다. 세제 개편안 설계를 맡은 정부는 ‘배당 증가 효과’와 ‘부자 감세’ 딜레마에 빠졌다. 같은 이유로 국회에서도 통과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10일 정부 관계자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안과 관련해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책 효과를 내려면 배당 결정권이 있는 대주주 세금을 깎아줘야 하는데 개인주주보다 대주주 혜택이 커 부자 감세 논란을 피할 수 없다”며 “세율이나 방식에 따라 수십 개의 안이 나오는데 최종까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소득세법은 배당과 이자 등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돼, 최고 49.5%의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말 그대로 배당소득은 따로 떼어(분리) 세금을 물리는(과세) 방식으로, 종합소득으로 묶어 계산할 때보다 세 부담이 줄어든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관련 법안은 배당을 많이 주는 기업에 한해 세제 혜택을 주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년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이 35% 이상인 상장법인으로부터 받은 배당소득에 대해, 고액이라도 종합소득에 합산하지 않고 별도의 분리과세를 적용하자는 내용이다.
다만 이소영 의원안이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은 작다. 정부는 배당성향과 배당성장률 중 어느 지표를 적용할지를 두고도 고심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원래 공부 잘하는 아이(배당성향 높은 기업)와 열심히 공부한 사람(배당성장률이 높은 기업) 중 누굴 칭찬해줄지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배당 기업에 혜택을 주는 정책에서 윤석열 정부에서는 배당성장률을, 박근혜 정부는 배당성향·배당수익률·배당증가율 모두를 활용했다.
더 큰 고민은 세금 혜택의 수준과 방식이다. 과도할 경우 부자 감세 논란은 물론 세수 부족 문제도 제기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이소영 의원안에 따르면 대주주도 기존보다 세 부담이 절반 가까이(49.5→27.5%) 줄게 된다. 과거 박근혜 정부의 배당소득증대세제와 달리 제도를 보다 단순하게 설계하겠다는 데는 공감대가 섰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논란거리다. 한 당 관계자는 “이소영 의원안도 부자 감세라는 우려로 공약에서 빠졌고, 정부안이 나와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논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과제를 조율 중인 국가정책위원회도 감세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정부는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기존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는 세수 부족을 보완하는 조치지만,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을 직접적으로 받는 대주주를 겨냥한 조치는 아니기 때문에 부자 감세 논란을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편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뜨겁다. 주가 흐름에서도 드러난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고배당 50지수는 올해 들어 36% 상승했고, 코스피 배당성장 50지수는 41.85% 올라 같은 기간 32.66% 오른 코스피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꼽히는 증권주와 금융주들도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연초 이후 59.4% 올랐고, KB금융도 연초 이후 40%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