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이른 폭염이 덮치면서 유통·물류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신선식품은 고온에 변질 가능성이 큰 만큼 품질 관리를 강화하고, 배송기사와 물류센터 직원들의 건강에 탈이 나지 않도록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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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피해 예방 총력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이커머스(전자상거래)와 대형마트 등은 식품 신선도 유지를 위해 콜드체인(저온 유통 체계)을 강화하고 냉매제 운용 전략을 정비하는 등 혹서기 대비에 나섰다.
컬리는 산지에서 물류센터, 고객 집앞으로 이어지는 배송 전 과정에 실온 노출을 차단하는 ‘풀콜드체인’을 적용하고 있다. 여름철은 통상 새벽 최고 기온을 바탕으로 하절기·극하절기·열대야로 나눠 포장법을 달리하는데 통상 7월 말부터 적용하는 열대야 기준을 앞당겨 시행하고 있다. 냉매제를 추가해 해동 방지 포장을 강화하는 식이다. 아이스크림 같은 냉동 제품은 은박 파우치로 감싼 뒤 드라이아이스를 붙이고 고기 같은 냉장 제품은 종이 파우치에 아이스팩을 더하는 식이다.
냉매제 위치 지정도 중요하다. 컬리 관계자는 “깻잎은 영하 3~4도에 단 몇 시간만 노출돼도 바로 색이 변한다”라며 “엽채류 등은 냉매제와 직접 접촉하지 않도록 비닐이나 종이로 포장한 후 냉매와 가장 멀리 배치해 포장한다”라고 했다. 냉동 상품에는 냉기가 고루 잘 퍼지도록 드라이아이스를 제품 최상단에 배치하는 식의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쿠팡은 전용 보냉백인 프레시백을 활용하고 드라이아이스나 아이스팩도 평소보다 10~20% 추가해 포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여름철 신선도를 잘 관리하는 건 위생 문제뿐 아니라 브랜드 신뢰와도 직결된다”라며 “실시간으로 신선도 불편 사항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라고 했다. 구입한 신선식품의 선도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조건없이 교환·환불해주는 제도를 둔 곳(쿠팡, 쓱닷컴 등)도 있다.
롯데마트는 모든 배송 차량에 온도 관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차량 내부에 설치된 통신 단말기로 실내 온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다 적정 온도(0~5도)를 벗어나면 배송기사에 즉각 연락해 조처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차량 내부와 상품 배분 센터 내부의 온도 점검 횟수를 늘렸다”라며 “아이스크림 같은 취약 품목은 마지막 단계에 포장할 수 있도록 동선을 설계해 실온 노출을 최소화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배송기사나 물류센터 직원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안전 수칙을 알리고 이온음료·생수·쿨토시 등 더위 대응 키트를 배포하는 등의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컬리는 물류센터에 외부 온도와 관계없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정온 설비를 갖췄다. 대형 에코팬(선풍기)과 이동식 에어컨 등을 설치해 작업장 온도를 관리한다. 이달부터는 집중 관리 기간으로 설정해 사업장마다 하루 3차례 이상 유무를 점검한다.
쿠팡의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최근 작업 구역에 냉기 유출 방지 커튼과 천장형 시스템 에어컨, 대형 실링팬 등을 설치했다. 30도 이상이 더위에도 작업장 내 온도를 20도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게 CLS 설명이다.
CJ대한통운과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대형 물류사도 냉방 설비를 확충하고 배송 직원들에게 휴식을 권고하고 있다. 다만 폭염기 휴식 가이드라인에는 강제성이 없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이날 “폭염에 야외에서 짐을 싣고 하루 2만∼3만보 이상을 걷고 뛰며 배송하는 택배 종사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라며 대책을 촉구했다.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2시간 근무 20분 휴식’을 법제화하려 하고 있지만 택배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해당 사항이 없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