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새 대표를 뽑는 8·2 전당대회가 10일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이재명 정부와 발맞출 첫 여당 대표후보로 친명 핵심인 정청래(4선, 서울 마포을)·박찬대(3선, 인천 연수갑) 의원이 맞붙으면서 당권 경쟁은 ‘찐명 대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정청래 의원은 이날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정 의원은 출마 영상에서 “당 대표는 때로는 최전방 공격수, 스트라이커로 득점해야 하고 때로는 최후방 수비수, 골키퍼로 날아오는 화살을 온몸으로 막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당을 이끌고, 조율하고, 먼저 헌신하고 봉사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태평성대라면 제가 아니어도 좋지만, 지금은 내란과의 전쟁이 진행 중인 전시 체제다. 이럴 때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대통령은 일만 할 수 있도록 싸움은 제가 하겠다”고 했다. 10여분 분량의 출마 영상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자 탄핵소추위원장으로 활동한 모습과 대선 과정에서 ‘골목골목 선대위 광주·전남위원장’으로 두 달 간 호남 지역을 누빈 내용을 담았다.
박찬대 의원은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를 선언했다. 박 의원은 “칼과 붓을 함께 쥘 줄 아는 대표가 되겠다”며 “개혁을 흔드는 세력 앞에선 단호한 칼과 방패가 되고, 민생과 민주주의를 설계할 때는 붓으로 방향을 그리겠다”고 했다. 그는 “당심(黨心)·민심(民心)·명심(明心)이 하나 되게 하겠다”며 “제가 당·정·대 호흡을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흔들림 없이 지켜낼 유일한 후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 한 번의 당·정·대 엇박자가 국정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금은 실험이 아니라 검증된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후보 서류를 대리 접수한 정 의원과 달리 박 의원은 ‘함께 더 크게’라고 적힌 후보 등록증을 들고 당사에서 등록 서류를 직접 제출했다. 시원한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듯 출마 선언식에선 ‘사이다’를 들고 입장하며 “사이다입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두 후보는 첫날부터 ‘유튜브 공중전’에 집중했다. ▶대의원 15% ▶권리당원 55% ▶국민 여론조사 30%를 반영해 대표를 선출하는 만큼 최대 표밭인 112만 권리당원 표심에 영향력이 있는 유튜브 방송에 공을 들인 것이다.
충남 금산 출신인 정 의원은 “첫날은 고향에서 시작해 신고식을 한다”며 이날 충북·대전 광역 기초의원 및 핵심당원 간담회, 충북 청년당원 간담회를 열었다. 그러면서 행사 내내 유튜브 방송을 송출했다. 지역을 이동하면서는 차 안에서 당원들과 수시로 라이브 소통을 했다. 정 의원은 라이브 방송에서 최민희·장경태 의원 등 당원에게 인지도가 높은 의원들과 즉석 통화 연결을 하며 “이심정심, 이재명의 마음, 정청래의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최민희 의원은 “제가 정미남이다, 이렇게 이야기한 거 기억하세요”라며 정 의원에게 힘을 실었다.
박 의원은 221만 구독자를 보유한 친여(親與) 성향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하면서 첫 일정을 시작했다. 출마 선언식 뒤에도 유튜버들과 당사 1층에서 간담회를 갖고 사진 촬영을 했다. 오후에는 국회 인근 카페에서 ‘박찬대와 함께하는 유튜브 온라인 주주총회’를 열고 “국민의힘의 반대로 (상법 개정안에서) 빠진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확대해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며 “저 박찬대가 코스피 5000 당 대표가 되겠다”고 했다.
112만 권리당원 중 33%인 37만명이 호남에 집중된 만큼 두 후보는 호남 민심 파고들기에도 집중했다. 출마 선언 직후 광주·목포 등을 찾았던 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화의 성지, 호남을 사랑하는 정청래. 안녕하세요. 저는 호남 사위입니다. 제 처가는 (전남) 강진군 작천이어라. 앗따~ 잘부탁한당께요”라고 썼다. 최근 ‘호남 일주일 살기’를 하며 호남을 훑은 박 의원은 “당 대표가 되면 광주 현안부터 챙기겠다”며 12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이재명 국민주권정부 성공! 민주당의 미래’ 토크 콘서트를 개최한다.
폴리뉴스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차기 민주당 대표 적합도는 정 의원 32.5%, 박 의원 25.2%였다. 민주당 지지층만 놓고 보면 정 의원 47.6%, 박 의원 37.2%였고, 호남 지역에선 정 의원 47.7%, 박 의원 31.1%였다. 정 의원 측은 “정 의원이 호남에서 오랜 시간 다져온 저력을 박 의원이 이길 수 없다”고 했고, 박 의원 측은 “호남은 마지막엔 결국 이길 후보의 손을 든다. 박 의원으로 막판 결집할 것”이라고 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당대회 열기가 과열되면서 친명계가 본격 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 의원은 “대부분의 의원이 두 후보 중 한 쪽에 줄을 서고 있어서 비공개 지도부 회의 때면 ‘여기만 무풍지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