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의 법적 지위를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향후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출판사와의 소송, 교과서 검정·구독 번복 등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10일 국회 교육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교육위에 참석한 재석 위원 15명 중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소속 9명이 개정안 통과에 찬성했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AIDT는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지위가 바뀐다. 교과서는 의무적으로 구입·사용 예산이 지원되지만 교육자료는 각 교육청이 지원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교육청이 지원 하지 않으면 각 학교 예산으로 구독·사용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AIDT는 AI 기능을 활용해 학생 개인의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가 도입을 추진했다. 지난해 말 업체 12곳이 정부의 검정 심사를 통과했고, 올 1학기부터 초 3·4학년(영어·수학), 중 1·고 1(영어·수학·정보) 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도입 이후에도 현장 반발이 계속됐고 이재명 대통령은 AIDT 교과서 지위 박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해당 안건을 의결했다. 곧장 2일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일주일 가량 미뤄졌다. 상임위 문턱을 통과한 해당 법안은 이르면 23일 본회의 표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지난 2년 간 AIDT 도입을 주도해온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심히 유감을 표명한다”며 “학교 현장 대혼란이 우려된다”고 했다. 지난 3월 기준 전국 1만1932개 초중고교 중 AIDT를 1종 이상 채택한 학교는 3870개교(32%)다. 지난달 30일엔 각 학교의 2학기 구독 신청이 마감됐고, 나머지 학년에 확대 적용될 AIDT의 검정과정도 진행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이 통과되면 이런 현장상황이 모두 ‘올스톱’ 된다”고 설명했다.
AIDT 개발에 많은 돈을 투입한 출판사와의 소송 등 혼란도 예상된다. 이미 천재교육 등 AIDT 발행사들은 올 3월 AIDT 의무 도입 방침을 자율로 선회한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날 비상교육, 와이비엠 등은 “AIDT의 교육자료 격하는 에듀테크를 통한 공교육의 미래 설계 기회가 사라질 뿐 아니라, 학교 현장과 발행사들의 혼란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내용의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AIDT에 인프라를 포함해 약 2조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됐고, 약 3만6000명의 종사자와 그 가족 수십만 명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일부 기업들은 구조조정과 고용 축소에 처해있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