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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가 직접 찍었다, 52번의 새 주인 박준순

중앙일보

2025.07.10 08:01 2025.07.1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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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재호(사진 정면)가 은퇴 경기에서 박준순을 격려하고 있다. 박준순은 김재호의 등 번호(52)를 물려받았다. [사진 두산 베어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팬들은 요즘 팀 순위보다는 새 얼굴을 보는 재미에 경기를 본다. 신인 내야수 박준순(19). 2025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지명받아 두산 유니폼을 입었는데, 루키 같지 않은 방망이를 뽐내고 있다. 신인 내야수 중 단연 돋보이는 3할대 타율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그런데 그의 성장 과정에서 빠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지난해 두산에서 은퇴한 김재호(40)다.

김재호는 2010년대 두산의 황금기를 이끈 핵심 내야수였다. 깔끔한 수비와 차분한 리더십으로 두산의 한국시리즈 3회 우승에 디딤돌을 놓았다. 두산 구단은 김재호가 30대 후반으로 접어들자 후임을 물색했다. 그런데 확실한 주전급 자원을 찾기도 전에 김재호의 은퇴 시점을 맞았다. 결국 두산은 지난해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새 얼굴을 찾기로 했다. 대개 1라운드에선 강속구 투수를 지명하기 마련인데, 두산은 내야수로서 성장 가능성이 큰 박준순을 잡았다. 박준순도 자신을 향한 기대를 잘 알고 있었다. 최근 만난 박준순은 “입단할 때부터 김재호 선배님 이름이 함께 거론됐다는 사실을 안다. 뛰어난 업적을 이룬 선배님과 비교되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2015~21년,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신기원을 열었던 두산이 올 시즌 힘겨운 시간을 보낸다. 좀처럼 9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도 박준순과 같은 ‘구단의 미래’가 급성장하는 점은 작지 않은 소득이다. 박준순은 자신의 입지를 지난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김재호 은퇴식에서 한 번 더 확인했다. 특별 엔트리로 등록된 김재호는 이날 KT 위즈전 1회초에 주전 유격수로 나왔다. 투아웃 상황에서 김재호는 팬들의 박수 속에 퇴장했다. 이때 박준순이 등장해 김재호로부터 등 번호 52번 유니폼을 물려받았다. ‘김재호의 후계자는 박준순’이라는 걸 각인시키는 퍼포먼스였다.

박준순
김재호도 지난해 은퇴를 준비하며 박준순을 주목했다. 함께 뛰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뒤를 이을 선수라는 점을 수차례 전해 들었다. 올해 해설위원으로서 두산 경기를 챙겨보며 박준순을 지켜본 김재호는 “(박)준순이는 어릴 적 내가 갖지 못한 과감함이 있다. 또 신인인데도 경기 흐름을 읽을 줄 알고 공을 맞히는 재주가 있다. 아직 송구에 부족함이 있지만, 많이 뛰면서 보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04년 데뷔한 김재호는 주전으로 도약하기까지 오래 기다렸다. 당시 손시헌(45)이란 거대한 벽이 있어 2013년이 돼서야 붙박이 유격수가 됐다. 그 이후 10년간 야전사령관으로 활약하면서 은퇴식까지 열리는 레전드가 됐다. 김재호는 “은퇴 경기 때 유니폼을 주면서 ‘준순이는 나보다 더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나는 10년 걸렸지만, 준순이는 더 빨리 주전으로 도약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박준순은 지난 9일 사직 롯데전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한 경기 4안타를 쳤다. 그는 “(김재호) 선배님 은퇴식을 함께하며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유니폼을 받을 때는 울컥했고 경기를 뛸 때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며 “경기를 뛰며 프로의 벽을 느낀다. 그래도 몸으로 많은 것을 배우는 중이다. 김재호 선배님 응원처럼 신인다운 과감한 플레이로 벽을 깰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말했다.





고봉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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