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들꽃의 아름다움에 놀라워하며 소리쳤다. “이렇게 완벽하지만,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하고, 때로는 누구의 눈에 띄지도 않은 채 화려하게 피었다가 시들어 버리네.” 그러자 꽃이 말했다. “바보야. 내가 남에게 보이려고 꽃을 피우겠니? 다른 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야. 내 마음에 들기 때문에 꽃이 피는 거야. 나의 즐거움과 나의 기쁨은 꽃이 피는 것에 있고, 내가 존재한다는 것에 있어.”
-김미조 편역 『쇼펜하우어의 슬기로운 철학수업』 중에서.
최근 몇 년간 국내 출판계에 붐을 일으킨 쇼펜하우어(사진) 관련 책이다. 그의 여러 저작에서 발췌한 문장들을 모았다. “삶은 고통이고, 고통을 줄이기 위해 욕망을 내려놓으라”는 염세주의 철학자의 냉철한 현실 인식을 전한다.
“파리가 태어나는 것은 거미에게 잡아먹히기 위해서이며, 인간이 태어나는 것은 괴로움의 노예가 되기 위해서다.” “삶이란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우리에게 보내진 선물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고되게 갚을 의무며 임무다.” 그는 이렇게도 썼다. “즐거움은 우리 기대에 훨씬 못 미치고 아픔은 우리 기대보다 훨씬 크다. 너무 불행해지지 않는 방법은 너무 행복해지려는 욕망을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행복이나 고난은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맞이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오직 고독할 것을 명한다. “우리가 겪는 거의 모든 고뇌는 교제에서 기인한다. 고독 속에서만 유일무이한 자신의 중요성을 본다.” “모든 사람은 자신에게 가장 훌륭한 존재여야만 한다. 자신 안에서 즐거움을 발견하는 일이 많을수록 점점 더 행복해질 것이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자신만으로 충분한 들꽃의 아름다움도 같은 의미일 것이다. 의외로 그는 건강을 강조했다. “행복의 대부분은 건강으로 결정된다.” “무엇이 우리의 명랑함을 돕는가. 부유함이 아니라 건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