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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정의 뉴스터치] ‘핑크 폰’과 북한 주민 송환

중앙일보

2025.07.10 08:10 2025.07.10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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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정 논설위원
지난 3월과 5월에 각각 서해와 동해에서 표류 중에 구조된 북한 주민 6명이 지난 9일 한국 정부가 수리해준 목선을 타고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통해 북으로 돌아갔다. 지난달 10일 이재명 대통령이 송환을 지시한 지 한 달 만이다. 이번 송환 과정에서 남북한의 직접 접촉은 없었다.

대신 판문점 남측의 유엔군사령부(UNC) 일직장교(JDO) 사무실과 북측 판문각 북한군 사이에 설치된 ‘핑크 폰(Pink phone)’을 통해 두 차례 남북의 간접 소통이 있었다. 한국 정부가 유엔사에 요청해 핑크 폰으로 송환 일시와 해상 좌표를 전달했고, 송환 당일 동해의 인계 지점에 북한 경비정과 견인용 어선이 대기하고 있었다.

유엔군과 북한군 사이에 전화기는 6·25전쟁 중이던 1951년 처음 설치됐는데, 두 전화기 사이의 직선거리는 불과 40m다. 2002년에 설치된 지금의 분홍색 구식 전화기로 양측은 하루 두 차례(오전 9시 30분과 오후 3시 30분) 통화한다.

북한은 2023년 4월 7일부터 판문점 남북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 등 남북 연락 채널을 일방적으로 끊은 뒤 지금껏 일절 통화 시도에 불응하고 있다. 이번 어민 송환을 계기로 비록 간접 접촉이라도 성사되자 정부는 고무된 분위기다. 앞서 지난달 11일 이 대통령 지시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자 북한은 다음 날부터 소음 방송을 중단했다.

하지만 어민 송환을 계기로 남북한 대화가 본격적으로 재개될 것 같지는 않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3년 남북한 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여전히 문을 닫고 있어서다. 핑크 폰 통화를 장밋빛 기대로 연결 짓기엔 아직 이른 듯하다.





장세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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