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따라 해봤을 이 대사는 동화 ‘백설공주’ 속 마법 거울이라는 강력한 존재에 대한 호기심과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반영하고 있다. 질문을 던지면 즉석에서 대답하는 거울은 이제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이 됐다. 질문에 즉각적으로 답을 주고,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주는 이 거울은 ‘인공지능(AI)’이라 불리며 하루가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
AI를 기반으로 한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는 2021년 안경 제조사 레이밴과 협업해 첨단 스마트 안경을 선보였다. 지난해 소개된 모델까지 200만 개가 팔렸다는데, 한 단계 더 진화된 모델 출시를 앞두고 미국·영국·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 오늘(11일)부터 사전예약을 받는다. 스포츠 안경 브랜드 오클리와 협업한 이번 모델의 이름은 ‘오클리 메타 HSTN(하우스틴)’.
외관은 기존 모델의 모던 클래식 디자인에 스포츠와 일상의 경계를 아우르는 고유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진짜 혁신은 내부에 있다. 이 안경은 울트라HD 화질의 카메라, 개방형 스피커, 그리고 메타 AI 음성비서를 탑재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대화할 수 있는 웨어러블 AI 디바이스로 작동한다. “헤이 메타(Hey Meta)”라고 말을 걸면, 주변 사물을 인식해 설명해주거나, 언어를 실시간으로 번역해주고, 사진과 동영상을 손을 쓰지 않고도 기록할 수 있다. 마법 거울에게 자신의 외모를 확인하는 왕비처럼, 사용자가 음성으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맞는 답변을 곧바로 내놓는 형식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안경은 마법이 아닌 방대한 데이터와 알고리즘 분석을 통해 결과물을 도출한다는 점이다.
우려되는 점 역시 존재한다. 동화 속 마법 거울이 왕비의 집착을 키우고 파멸로 이끌었던 것처럼, 현대의 AI 기술 역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곧 감시·편향·의존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거울이 “당신보다 예쁜 사람은 따로 있다”고 답한 뒤 초래된 부정적 결과처럼, AI의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자존감이나 합리적 판단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AI 안경은 단순한 ‘스마트 기기’를 넘어서는, 인공지능 기술의 대중화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굳이 스크린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눈이 보는 세계와 AI가 분석하는 정보가 합쳐진 새로운 차원의 마법 같은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시대에 들어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