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24일 참석한 강원도 원산 갈마 관광지구 개장식을 통해 북한의 현주소를 몇 가지 엿볼 수 있었다. 첫째, 먼저 북한의 고립이 보였다. 외국인은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와 대사관 직원들이 유일하게 참석했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이 정도 규모의 행사에는 수십 명의 평양 주재 외국 대사들과 해외 특별 사절단이 참석했다.
북한 언론에 따르면 왕야쥔(王亞軍) 북한 주재 중국 대사도 참석하지 않았다. 만약 그가 초대받지 못했다면 중국 경제에 대한 높은 의존도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이 이제 북한에 가장 중요한 정치·외교 관계는 러시아라는 메시지를 발신하려 한 것은 아니었을까.
러시아만 참석, 북한의 고립 확인
낭비적 프로젝트 무리하게 추진
향후 관광사업 지속될지 의문도
둘째, 북한의 형편없는 행사 기획력이 드러났다. 원래대로라면 원산 갈마 지구는 2019년에 개장했어야 했는데, 6년이나 지연됐다. 관광지구 개발이 시작된 2014년만 해도 북한은 지금과 다른 위치에 있었다. 지금처럼 고립되지도 폐쇄되지도 않았고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가능했다. 그 당시 개장했더라면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북한이 합리적인 사회였다면 이러한 개발 프로젝트는 경제적 효과가 없기에 수년 전에 폐기됐을 것이다. 그랬다면 개발 비용도 아낄 수 있었을 테지만 북한은 다르다. 개발 자체가 위에서 내려온 것이라 누구도 감히 폐기를 건의할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고, 지도부도 실패를 인정하는 프로젝트 폐기를 지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개발 사업은 그나마 부족한 북한의 자원과 에너지를 흡수하며 굼뜨게 진행됐다. 필자의 북한 지인들은 1992년 완공을 꿈꿨던 류경호텔을 원산 갈마 지구와 빗대었다. 공사 초기부터 엘리베이터 샤프트가 기울어져 105층 높이의 호텔 건설은 불가능했지만, 누구도 공사 중단을 감히 입에 올릴 수 없었다는 것이다.
셋째, 개장식을 계기로 북한은 다시 한번 공허한 경제 개발계획을 강조하며 어려운 경제 현실을 주관적 의지로 돌파해 보겠다는 시도를 보여줬다. 2만 명이 묵을 수 있다는 원산 갈마 지구를 채울 관광객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모두 17개의 호텔 중 6개만 손님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고 한다. 7월 1일 문을 연 첫날 많은 북한 주민들이 시설을 즐기는 모습이 북한 매체에 방송됐지만 실상 이들은 모두 북한 엘리트층이다.
일부 러시아 관광객이 있을 수는 있다. 지난 7일 첫 러시아 단체 관광객이 원산 갈마 지구를 찾았고 8월에도 방문이 예정돼 있다. 평양을 포함하는 관광 프로그램에서 4박은 원산 갈마 지구에서 보낸다. 여름에 스키를 탈 것도 아닌데 스키장이 있는 마식령 방문도 들어간 이들 러시아 관광 그룹의 일주일 관광에 1840달러를 받았다. 러시아 평균 임금을 고려할 때 비싼 관광 프로그램이다. 해변 리조트는 재방문 고객에 의지하는데 인기가 시들해지면 다시 찾아갈지 의문이다.
특히 중국과 튀르키예 해변 리조트는 원산 갈마 지구의 절반 가격에 즐길 수 있다. 북한은 중국인의 원산 갈마 지구 방문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북한을 찾는 해외 관광객의 90%가 중국인이었다. 그러나 방문이 허가된다 하더라도 중국인들이 원산 갈마 지구를 찾을지는 의문이다.
대부분의 서구권 국가가 북한 여행 자제를 권고함에 따라 여행 보험 상품을 제공하는 보험사도 거의 없다. 게다가 평양에서 제대로 기능하는 서구권 대사관도 거의 없어 여행 중에 문제가 발생해도 영사 조력을 받을 수 없다. 최근 방문했던 러시아 관광객들도 북한 당국의 철저한 감시에 불만을 토로했다. 북한에서 해변 휴가를 보내는 것은 비용도 비싸지만, 리스크가 너무 크다.
사정이 이런데도 김 위원장은 실망하지 않는 듯하다. 그는 개장식에서 환하게 웃으며 “여러 지역에 각기 다른 유형의 유망한 대규모 관광문화 지구들을 최단 기간에 건설하는 중대 계획을 확정 짓겠다”고 말했다. 북한 정권은 경제 미래를 위해 관광을 중요한 요소로 여긴다. 그러나 북한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외국인의 방문을 허가하지 않는 이상 이는 요원하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대체적 진단이다. 북한이 실제로 이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징후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