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따리 예술가’라 불리는 현대 미술가 김수자(67·사진)씨가 9일 주한 프랑스 대사관저에서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Officier de l’Ordredes Arts etdes Lettres)를 받았다.
1957년 프랑스 문화부가 제정한 문화예술공로훈장은 예술과 문학 분야에서 탁월한 창작 활동을 펼치거나 영향을 미친 인물에게 주는 훈장이다. 슈발리에(Chevalier)·오피시에(Officier)·코망되르 세 등급으로 나뉘는데, 코망되르가 가장 높다. 김씨는 2017년 슈발리에에 이어 이날 두 번째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을 받았다.
필립 페르투 주한 프랑스 대사는 수훈식에서 “일찍이 사진·비디오·천·유리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서 폭넓게 작업해온 세계적인 작가”라고 김씨를 소개했다. 이어 “할머니·어머니가 천 조각을 꿰매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바느질’ 연작으로 시작한 그의 작업은 이후 천으로 감싸고 묶는 ‘보따리’로 탄생됐다”며 “김수자의 보따리는 한국 문화의 상징적 물건이자 또 떠남을 상징하는 오브제”라고 덧붙였다. 페르투 대사는 이어 “그동안 프랑스에서 선보인 예술을 통해 프랑스와 한국의 두 문화를 이어주고 또 엮어주고 가교 역할을 해 주시는 작가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1957년 대구에서 태어난 김씨는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했다. 한때 회화를 했으나 1990년대 초반부터 거리에서 수집한 보자기, 이불보, 헌 옷 등을 꿰매고 천으로 오브제를 감싸는 설치 작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1993년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를 시작으로,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 독일 카셀 도큐멘타, 프랑스 리옹 비엔날레 등 해외 유수 문화기관에서 작업을 선보여왔다.
특히 지난해 3월 20일부터 9월 2일까지 프랑스 파리 피노컬렉션 미술관에서 한국인 최초로 ‘카르트블랑쉬(Carte blanche, 백지수표)’ 자격을 부여받고, 개인전 형식으로 작품을 발표해 크게 주목받았다. 카르트블랑쉬는 백지수표란 뜻으로, 미술관이 작가에게 기획부터 전시까지 전권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김씨는 “1984년 프랑스 정부 장학금을 받고 국립예술학교(에콜 드 보자르)에서 6개월간 석판화 수업 연수를 하며 프랑스와 인연이 시작됐다”며 “그동안 프랑스 정부와 공공·사립 미술관의 관심과 전폭적인 후원을 받으며 작업을 이어올 수 있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