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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의 시시각각] 독도보다 백배 심각한 서해주권

중앙일보

2025.07.10 08:26 2025.07.10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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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탄생한 이래 처음 겪은 영토 침탈 위기는 75년 전 북쪽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최근 영토 주권에 대한 두 번째 침탈이 본격화되고 있는데 이번엔 서쪽이다. 이른바 중국의 서해공정이다. 이 두 번째 침탈은 6·25와 달리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어 국민이 쉽게 체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하지만 서해를 중국의 내해(內海)로 만들겠다는 서해공정이 성공한다면 한국은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서해공정 한국 안보에 심대한 위협
일관ㆍ단호한 국가 의지 중요한데
중국 규탄안 범여권 7명이나 기권
내해란 육지로 둘러싸여 좁은 해협을 통해서만 공해로 진출할 수 있는 바다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무해통항권(외국 선박이 연안국의 안전을 해치지 않는 조건으로 통과할 수 있는 권리)이 인정되는 영해와 달리 내해는 육지처럼 무해통항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즉 중국이 서해를 내해화한다는 건 중국 영토가 한반도를 향해 부쩍 늘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게 한국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문가지다.

중국이 2022년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일방적으로 설치한 석유시추설비 형태 구조물    (연합뉴스)

물론 서해가 중국의 내해라는 주장은 국제법상 말이 안 되는 소리다. 한국과 중국은 2000년 어업협정을 체결하면서 서해에서 양국의 EEZ(배타적 경제수역)가 중첩되는 해역을 잠정조치수역(PMZ)으로 설정하고 공동 관리하기로 합의했다. PMZ에선 어업 이외의 시설물 설치나 자원 개발 등이 금지된다. 하지만 2018년부터 중국은 양식시설이란 명분으로 철골 구조물을 여러 개 설치해 논란을 일으켰다. 양식도 어업이라고 주장하지만 얼마든지 군사용으로 전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한국 외교부가 항의를 해봤지만, 중국은 들은 체도 안 한다. 지난 2월 한국의 해양조사선 온누리호가 문제의 구조물을 조사하기 위해 접근하자 중국은 대형 함정 2척과 고무보트 3척을 동원해 물리적으로 조사를 저지했다. 심지어 고무보트에 탔던 중국인은 흉기로 위협까지 했다고 한다. 이런 고정 구조물을 계속 설치해 나중에 일방적으로 서해 상에 중국의 주권을 선포하겠다는 속셈이 뻔하다.

중국은 이미 남중국해에서 인공섬을 만들어 내해화 전략을 편 지 오래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일방적으로 그어놓은 ‘남해 9단선’을 지도로 보면 기가 막힌다. 중국 본토에서 1000km 이상 떨어진 인도네시아 앞바다까지 자기네 영해라고 우기는 판이다.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9단선은 무효라고 판결했지만, 중국은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국제법은 힘의 논리 앞에서 너무나 무력하다. 중국의 서해공정은 발해만에서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정치·경제 요충지를 보호하겠다는 국가전략이다. 한두 번 시도해 보다가 잘 안 되면 그만둘 성격이 아니다. 설령 시진핑 체제가 막을 내린다고 해도 후계 권력이 서해공정을 집요하게 밀어붙일 것이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다지만 한·미·일 협력체제가 유지되는 한 한국 영토 주권이 실질적으로 위협받는 것은 없다. 반면 서해공정은 ‘실제 상황’이며 점증하는 위협이다. 독도 문제보다 백배는 심각하다.

7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국의 서해 잠정조치수역 내 양식시설 무단 설치 행위로 인한 해양권익 침해 규탄 및 한·중 어업질서 회복 촉구 결의안'이 찬성 252인, 반대 0인, 기권 7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뉴스1]

한국이 서해를 지키려면 정권에 상관없이 장기적으로 일관되고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일단 중국이 구조물을 철거하지 않는다면 그에 대응하는 위치에 우리도 유사한 시설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중국 인공섬에 맞서 베트남도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다수 건설한 사례를 참고하자. 또 미국·일본 등 국제사회와 연대해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 해군력 강화도 필수다. 이번 추경에서 정부가 소비쿠폰으로 뿌리는 13조2000억원이면 최신예 이지스함인 정조대왕 함을 10척이나 건조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서해 주권을 지키겠다는 국가 의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지난 3일 국회가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 규탄 결의안’을 통과시킬 때 범여권에서 7명이나 기권표를 던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영배·이기헌·홍기원, 조국혁신당 신장식, 진보당 손솔·전종덕·윤종오 의원이 그들이다. 일반 국민도 아니고 국회의원이 이런 생각이라니 서해 주권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김정하 논설위원



김정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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