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 안보는 언제나 사후 대응보다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한·미 현안과 관련, 안보(국방비 등)와 통상(관세 협상)을 연계하는 패키지딜 대책 등이 두루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통상·안보 협의를 위해 사흘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하고 귀국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그제 방미 결과를 설명하면서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일자까지는 나와 있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불발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대면 정상회담이 기약 없이 늦어지는 것은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는 동맹인 한국을 배려하지 않는 자극적 발언들과 충격적 메시지가 속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1년에 100억 달러(약 13조7350억원)를 지불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압력을 가했다. 나토 동맹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5
%
를 국방비 등에 지출하도록 압박한 데 이어 한국·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들에도 동일한 기준을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해 온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면 이제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이나 재배치, 나아가 부분 감축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한미군 4500여 명을 괌 등 인도·태평양 지역의 다른 미군 기지로 이동하는 방안을 미 국방부가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데 이어 그제는 현재 2만8500명인 주한미군을 1만 명 수준으로 대폭 감축하는 방안을 제안한 미국 싱크탱크 보고서가 공개됐다. 물론 미 국방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하지만, 오는 8월 발표될 미 국방전략서(NDS)에 유사한 내용이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된다.
그동안 줄기차게 나온 트럼프 2기 정부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미국은 한·미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동맹 청구서를 공식적으로 제시할 공산이 커 보인다. 공식 통보 전이라도 한국 정부가 미국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대응 카드를 다각도로 준비해 둬야 하는 이유다. 미국의 요구를 무작정 일축할 수도 없으니 흐름을 잘 살펴가면서 현실성 있는 유연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위성락 실장은 방미 결과 브리핑에서 “통상·안보 전반을 패키지로 협의하자고 미 측에 제안했다”면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도) 논의 대상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시작전권 전환 등 민감한 이슈는 성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파장 등을 다각도로 신중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