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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0억 들였는데…‘AI교과서 격하’ 국회 교육위 통과

중앙일보

2025.07.10 08:36 2025.07.1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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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AIDT)의 법적 지위를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법안이 10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통과됐다.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윤석열 정부가 2년간 도입을 추진했던 AIDT 사업은 사실상 좌초하고, 교과서 검정·구독 번복, 출판사와의 소송 등의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참석한 재석 위원 15명 중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소속 9명이 통과에 찬성했다. 민주당 간사인 문정복 의원은 “민주당은 심사숙고 끝에 더는 늦출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면서 “교육부가 출구 전략을 충분히 논의해 (대안을) 가지고 오면 수용할 부분은 수용하고 조정할 부분은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교실 혁명의 후퇴”(서지영), “그동안 이렇게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온 정책이 하루아침에 무너진다”(김대식)며 반발했다.

민주당은 23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AIDT가 교육자료로 지위가 바뀌면 구입·사용 예산이 의무적으로 지원되는 교과서와 달리 교육청이 지원 여부를 선택한다. 교육청이 지원하지 않으면 각 학교 예산으로 비용을 충당해야 해, 사실상 보급이 중단될 수 있다.

AIDT는 AI를 활용한 ‘맞춤형 교육’의 실현을 위해 윤석열 정부가 도입을 추진했다. 지난해 말 업체 12곳이 정부 심사를 통과했고, 올 1학기부터 학교 자율로 초 3·4학년(영어·수학), 중1·고1(영어·수학·정보)에 보급됐다. 교육부는 교사 연수, 기기 구입, 인프라 구축 등으로 지난해 53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도입 이후에도 ‘졸속 도입’, ‘완성도가 낮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교과서 지위 박탈’을 공약으로 채택했다.

이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학교 현장의 대혼란이 우려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지난 3월 기준 전국 1만1932개 초중고 중 AIDT를 1종 이상 채택한 학교는 3870개교(32%)다. 지난달 30일엔 각 학교의 2학기 구독 신청이 마감됐고, 나머지 학년에 확대 적용될 AIDT의 검정과정이 진행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이 통과되면 이런 현장 상황이 모두 ‘올스톱’ 된다”고 했다.

비상교육 등 AIDT 발행사들은 이날 “교육자료 격하는 에듀테크를 통한 공교육의 미래 설계 기회가 사라질 뿐 아니라, 학교 현장과 발행사의 혼란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최민지(choi.minj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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