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9층엔 자재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그날, 옥상으로 올라가는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배관 공사 중이었다.
20층 옥상은 넓고 평평했다. 옥상 외벽엔 다시 빨간 지붕이 6~7m 가량 이어져 있다. 지난 6월 21일 새벽 0시 40분 경 3명의 아이들이 이 지붕 아래 화단에서 발견됐다. 불과 30여 분 전 한 아이는 엄마에게 “옴마 사랑해앵”라는 문자를 보냈다.
“현장 주변에 손으로 잡은 것 같은 방충망이 떨어져 있었다. 원래 옥상 지붕 밑에 달려 있는 건데 거긴 찢어졌다. 혹시 마음 돌려서 살려고 주변 물건을 잡은 건 아닌지…” (부산 해운대 OO아파트 관리실 직원, 6월 27일)
3명의 아이들이 함께, 삶의 마지막 끈을 놓았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극적인 일이었다. 이런 현실에 우리 사회는 어떤 답을 내놓았을까. 벌써 20일이 지났다. 하지만 무엇이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는지 아무 것도 확인된 게 없다.
취재진은 아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방위로 관련인들을 만났다. 이 과정에서 또다른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사건이 벌어지고 얼마 안돼 같은 학교 학생이 또 옥상에서 몸을 던지려 한 것이다.
지난달 27일, 부산 브니엘예고의 한 여학생이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려다 구조됐다. 친구가 자신에게 보낸 메시지를 보고 이상히 여겨 신고하면서 또 한번 벌어질 뻔한 비극을 막았다.
같은 학교 공간에서 잇따라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가 모르는 또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을 수 있다. 세 학생의 죽음과 연관성이 있는 건 아닐까. 주변을 탐문했다. 그러나 누구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상처와 비극이 되풀이될까 불안해 했다.
학교를 관장하는 현임숙(60) 부산 브니엘 예술고 교장을 만난 건 그래서다. 지난달 27일 현 교장은 타지 연수를 마치고 저녁 늦게 부산에 도착했다. 캐리어까지 그대로 끌고 만남 장소로 왔다.
Q. 아이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나 A. 수업이 제대로 안 돼서다. 무용을 하는 아이들은 학과목보다 실기 수업에 최선을 다하고 그걸로 대학에 간다. 근데 실기 수업이 잘 안 되면 애들은 딴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자기 만족이 안 됐을 때 어디로 튈지 모른다. ※ 이어지는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