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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이란 핵시설 공격에도 농축우라늄 일부 남아 판단"

중앙일보

2025.07.1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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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부가 지난달 미국과 함께 이란 핵시설을 공격한 이후에도 이란이 핵무기 원료가 될 수 있는 농축우라늄 비축분 일부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이란을 공격했지만, 지하에 보관돼 있던 농축우라늄 비축분 중 일부는 파괴하지 못했다"며 "이란 핵 기술자들이 이 비축분에 접근할 수 있는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자국과 미국의 지난달 이란 핵시설 공격 이후에도 이란이 핵무기 원료가 될 수 있는 농축우라늄 비축분 일부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한 남성이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그림이 그려진 벽 옆을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이스라엘 당국자는 신문에 "이란이 비축분을 수거하려고 시도하면 (우리에게) 거의 확실히 포착될 것"이라며 "그럴 때 이스라엘이 해당 시설을 공격할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크게 반발하며 "완전히 파괴됐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2025년 4월 7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NYT와 CNN 등은 이란이 농축우라늄 비축분의 상당 부분을 공습당하기 전 다른 장소로 옮겨 놓았다는 내용이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의 초기 평가 보고서에 포함됐다고 보도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크게 반발하며 "(미군 공격에 이란 핵시설이) 완전히 파괴됐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지만, 션 파넬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2일 국방부 내부의 정보 평가라면서 "우리는 그들(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최소 1∼2년 퇴보시켰다"고 했다.

이란 중부 쿰에서 북쪽으로 30km 떨어진 포르도 연료 농축 공장 단지를 6월 22일 미군이 공격해 건물이 파괴된 모습. AFP=연합뉴스



이란 외무 "현재로선 NPT 탈퇴 계획 없어"

지난달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으로 미·이란의 핵 협상이 잠정 중단된 가운데,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공개된 르몽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핵 협상엔 열려 있지만, 미국이 추가 군사 공격을 하지 않겠다고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이란은 이란 핵시설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에 대해 대응하는 차원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과의 협력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일각에선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까지 탈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아락치 장관은 "현재 NPT에서 탈퇴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미국이 IAEA의 감시하에 있는 핵시설을 공격해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며 "우리는 이에 대한 배상 요구권을 갖고 있다"고 했다.

스티브 위트코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중동담당 특사(왼쪽)과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 AFP=연합뉴스

미국과의 핵 협상 재개 가능성에는 "이란은 항상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협상이 재개되려면 (미국의) 행동 변화에 명확한 신호가 관찰돼야 하고 향후 협상 도중 미국이 군사 공격을 하지 않겠다고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아락치 장관은 프랑스 등이 요구하는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협상 가능성엔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 미사일 프로그램은 순수하게 방어와 억지용"이라며 "이란이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을 받은 상황에서 방어 능력을 포기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후티반군 공격에 상선 2척 침몰…도움 못 받아

이런 가운데 이란이 군사 지원하는 예멘 후티반군의 공격으로 홍해에서 벌크선이 침몰하고 선원 일부가 인질로 붙잡혔다고 미 정부가 지난 9일 밝혔다. 이날 주예멘 미국대사관에 따르면 라이베리아 국적의 그리스 운항 벌크선 이터니티C호가 홍해에서 후티반군의 공격을 받아 침몰하고 최소 3명이 숨졌다. 생존 선원들은 인질로 잡혔다.

이 선박의 운항사인 코스모십 매니지먼트의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영국 해군과 유럽 해군 특수부대에 지원을 간절히 요청했지만, 도와줄 함정이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9일 홍해에서 그리스가 운항하는 라이베리아 국적선박 이터니티 C가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아 침몰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후티반군은 2023년 10월 가자 전쟁이 발발한 이래 지난해 12월까지 100척 이상의 상선을 공격했다. 이들은 지난 5월 미국과 홍해를 지나는 국제 상선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미국과 휴전했지만, 최근 다시 상선 공격에 나서는 모습이다.

문제는 해당 지역에서 미·영 등 서방 국가의 방어가 느슨해졌다는 점이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도 WSJ에 "최근 몇 달간 해상 교통로를 보호하려는 국제적인 노력이 약해졌다"고 우려했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해역인 홍해에서 불안이 고조되면 국제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유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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