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회담한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만남 일정을 논의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왕 부장과의 회의를 "매우 건설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양측은 여전히 풀어야 할 이슈가 있다고만 말했다.
중국중앙방송(CC-TV)은 왕 부장이 루비오 장관을 만나 양국 관계 및 공동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양국 정상의 중요한 합의를 구체적인 정책과 행동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왕 부장의 발언을 전하면서 두 외교수장이 앞으로 외교 채널 등을 통해 소통을 강화하고 양국 협력 분야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선 그동안 양국이 첨예하게 맞서 온 관세와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문제 등에 관해 치열하게 논의한 것으로 예상된다. 루비오 장관은 전날 기자들 앞에서 "왕 부장을 만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 중인 러시아를 중국이 지원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중국은 발각되지 않는 한 최대한 러시아를 지원할 의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왕 부장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전략적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무력으로 평화를 이룰 수 없고 압력을 가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고 발언했다.
회담에선 관세와 대만 문제 등도 화두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은 '관세 전쟁' 와중에 지난 5월 1차 고위급 무역회담을 계기로 일시 휴전 상태다. 하지만 이 기간 합의를 도출하지 못 한다면 상호관세를 다시 급등시키는 '강 대 강' 구도로 돌아설 수 있다.
중국의 기습 침공에 대비한 역대 최대 규모 군사훈련(한광 41호)을 벌이고 있는 대만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 최신 미국산 전차와 다연장로켓으로 무장한 대만은 최근 실전 훈련 모습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전·현직 미 장성들도 대만 훈련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며 미·중 간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