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수출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기업들이 꼽은 가장 큰 리스크는 미국 관세정책인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10대 수출 주력 업종의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2025년 하반기 수출 전망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과반인 53.3%가 하반기 최대 수출 리스크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을 꼽았다. 이어 ‘글로벌 저성장에 따른 수요 침체(14%)’ ‘미국·중국 통상 갈등 심화(12.7%)’ 등의 순이었다.
특히 응답 기업의 92%는 ‘미국의 관세 인상률이 15%를 넘으면 감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이 가운데 관세 인상률이 10% 미만이어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기업은 42%에 달했다. 한경협은 트럼프 정부가 다음 달 1일 발효를 예고한 25%의 상호관세가 그대로 적용되면 수출기업의 어려움이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율 인상 대응 방안으로 ‘원가절감(33.7%)’ ‘수출단가 조정(33.2%)’ ‘해외 현지생산 확대(14.7%)’ 등을 꼽았다. 특별한 대응 방안이 없다는 응답도 14.2%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 10곳 중 4곳(38.7%)은 하반기 수출 채산성(수출로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의 수준)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 채산성이 개선될 것이란 응답은 14%에 불과했다. 나머지 47.3%는 지난해 하반기와 비슷할 것이라고 봤다. 업종별로 보면 자동차 부품, 자동차, 일반기계, 석유화학, 철강 등 7개 업종에서 ‘채산성 악화’ 응답이 ‘개선’보다 높았다. 반도체, 선박 등 2개 업종만 ‘개선’ 비중이 더 높았다. 채산성 악화 원인으로는 ‘관세로 인한 비용 부담 증가(44.8%)’ ‘수출 경쟁 심화로 인한 수출단가 인하(34.5%)’ ‘인건비 등 운영비용 증가(13.8%)’ 등을 꼽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미국 관세정책과 글로벌 저성장으로 인한 수요 침체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여, 기업들의 비용 절감 중심의 단기 대응은 한계가 있다”라며 “국내 수출기업의 비교우위를 반영한 통상협정과 수출지역 다변화, 수출 경쟁력 제고를 통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국무역협회가 무역업계 임직원 4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새 정부 경제통상 공약 중 가장 먼저 실현돼야 할 것으로 ‘국익 극대화와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략적 통상정책(20.7%)’이 꼽혔다. 다음으로 ‘수출품목·시장 다변화(20.3%)’ ‘내수·강소기업의 수출 기업화(18.1)’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 기업의 43.3%는 올해 수출이 전년 대비 5%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증가할 것이란 답변은 17.8%에 그쳤다. 수출 회복 시점을 ‘내년 이후’로 응답한 기업은 71.1%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