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문가 사이에서 "주한미군의 역할을 대북 억제에만 국한하지 않고 대만 분쟁으로도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또 나왔다. 한·미 사이에 무역·통상 패키지딜 협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서 주한미군 역할 재편을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10일(현지시간) 브라이언 커그 미 해병대 중령의 '한국은 제1도련선의 이상적 닻이 될 수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커그 중령은 보고서에서 "미군을 한반도에 가두는 (한·미 간의) 협정, 규정, 문서는 없다"며 "한미연합사령부의 임무는 북한의 위협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한국에 대한 외부 공격을 억제하고 격퇴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만 안보가 한반도 안보와도 무관하지 않다"며 "중국의 대만 침공은 미·중 전쟁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강대국 간의 전쟁은 수평적으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으며, 중국의 대만 침공이 한국에 대한 북한의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경로는 다양하다"고 했다. 그는 또 "미국이 중국의 침략으로부터 대만을 방어한다면 한국도 필연적으로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커그 중령은 한국에 대한 안보자산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제1도련선의 닻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다. 중국은 해양 패권 확장을 위해 군사 전략상 가상의 선인 '도련선(Island Chain)'을 설정하고 있는데, '제1 도련선'(오키나와-대만-믈라카 해협)은 미국 입장에서 중국 해군력의 팽창을 저지해야 하는 경계선이기도 하다.
중국은 미국의 태평양 제해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제2 도련선'(일본 동부-필리핀-사이판-괌-팔라우)과 '제3 도련선'(알류샨 열도-하와이-뉴질랜드) 등을 두고 있으며, 최근 들어 항공모함 전단을 이용해 활동 영역을 계속 확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커그 중령은 "한국에 미국의 (안보) 자원을 투자하는 것은 북한과 중국의 공격을 동시에 방어하는 것"이라며 미국 본토에 주둔 중인 병력 가운데 일부를 한국에 배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본 오키나와의 주일미군 1만8000여명 중 절반이 괌과 하와이로 재배치되는 점을 고려해 한국에 대한 안보자산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기에 드는 비용은 한국이 부담할 것으로 기대했다. 커그 중령은 "한국에서 반중 정서가 커지고 있어 (미국의 안보자산에 대한) 추가적 투자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따라 한국이 추가 병력 파견을 위한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게 되며 향후에도 유지 비용을 계속 지불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미국이 북한이나 중국과의 군사 충돌 시 필요한 핵심 군수 물자도 한국에 보관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중국과의 충돌 상황에 활용해도 한국 정부가 반대하지 못할 것이라면서다.
커그 중령은 미 해병대에서 작전기획 업무를 맡고 있으며, 애틀랜틱카운슬의 비상근 연구원 자격으로 이번 보고서를 발간했다. 애틀랜틱카운슬은 이번 보고서에 대해 "저자의 견해이며 미 해병대나 국방부, 미 정부의 어떤 입장이나 견해도 대변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