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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레브레니차 학살 30주년 추모식 열려…"결코 잊지 않겠다"

연합뉴스

2025.07.11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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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보스니아 내전 8천여명 희생된 '유럽 최악의 참극' 유해 발굴 30년째, 국제사회는 "역사 왜곡 용납 않겠다" 한목소리
스레브레니차 학살 30주년 추모식 열려…"결코 잊지 않겠다"
1995년 보스니아 내전 8천여명 희생된 '유럽 최악의 참극'
유해 발굴 30년째, 국제사회는 "역사 왜곡 용납 않겠다" 한목소리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이하 보스니아) 내전 당시 스레브레니차 마을에서 8천명 이상의 무슬림이 집단 학살당한 사건이 11일(현지시간)로 30주년을 맞았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스레브레니차 추모공원에서 생존자들과 희생자 유족 등 수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0주년 추모식이 열렸다. 국내외 주요 인사들은 학살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비에 헌화했다.
스레브레니차 학살 사건은 보스니아 내전이 막바지에 이른 1995년 7월11일 유엔 안전지대였던 스레브레니차를 세르비아 민병대가 공격, '인종 청소'를 목적으로 무슬림 주민 8천372명을 집단 학살한 사건이다.
여성들은 유엔 기지로 피신했지만 남성 1만5천여명은 산을 넘어 몸을 피했다가 대부분 붙잡혀 잔인하게 살해됐다. 죽은 체하거나 시체 밑에 숨은 극소수만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세르비아군은 희생자들을 집단 매장한 뒤 나중에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유해를 중장비로 훼손하고 여러 곳에 나눠 묻었다.
스레브레니차 학살 사건은 1992~1995년 발칸반도를 피로 물들였던 보스니아 내전의 비극을 상징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벌어진 최악의 참극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신원이 확인된 6천765명의 희생자 유해가 추모공원에 안치됐다. DNA 분석을 통해 새롭게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 7명의 유골 일부가 이날 추가로 안장됐다. 이 중 2명은 당시 19세였다. 나머지 희생자들의 신원 확인 작업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행사도 이어졌다. 국내외 참가자 7천여명이 지난 8일부터 1995년 당시 스레브레니차 주민들의 피난길 100㎞를 따라 걷는 '평화의 행진'을 한 뒤 추모식에 참석했다.
무니라 수바시치 '스레브레니차의 어머니들 협회' 회장은 "30년 동안 우리는 마음속에 이 고통을 안고 살아왔다"며 "우리 아이들은 유엔이 보호하겠다던 구역에서 살해당했다. 유럽과 세계는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인류사의 가장 어두운 한 페이지로 남은 이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추모식에서 "희생자 유족과 연대하며, 이 기억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유럽 어디에도, 그리고 그 어디에서도 집단학살 부인이나 역사 왜곡, 가해자 미화가 설 자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이날 생존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책임 있는 많은 이가 법의 심판을 받았지만, 국제사회가 이 참사를 막지 못한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말했다.
2004년 구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ICTV)와 2007년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 사건을 제노사이드(대량학살)로 판결했다. 지난해 유엔 총회는 7월11일을 '스레브레니차 대량 학살에 대한 국제 반성과 추모의 날'로 지정했으나 세르비아와 보스니아 내 세르비아계 스릅스카공화국은 여태껏 학살 범죄를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스레브레니차 희생자 가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며 이 학살을 "끔찍한 범죄"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미래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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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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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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