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취약계층을 위한 노동정책 강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국정기획위원회에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하고, 현재 1년 이상 일해야 받을 수 있는 퇴직금을 초단기 근로자가 3개월 이상만 일해도 받도록 하는 등의 제도 개선 로드맵을 보고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자영업자를 비롯한 소상공인들 사이엔 비상이 걸렸다. 서울 강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50)씨는 “인건비를 줄이려 주말에만 알바생을 고용했는데 주휴수당까지 줘야 한다면 더는 알바생을 쓰기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주중 아르바이트생을 없앤 지 3년쯤 됐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이후 주휴수당까지 감당할 여력이 안 돼서다. 앞으로 인건비가 또 오르면 버티기 어렵다. 지난해 전체 취업자 2857만6000명 중 자영업자는 19.8%(565만7000명)를 차지했다. 자영업자 비중이 20%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산업구조 변화로 인한 측면도 있지만, 경기 부진으로 폐업이 늘어난 여파가 크다. 그제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10명 중 4명은 “3년 내 폐업을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는 자영업자 부담을 가중하는 노동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음식·숙박, 도·소매업 등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자는 것인데, 정책 방향은 틀렸다고 할 수 없다. 주휴수당의 경우 현행 근로시간 기준을 소득 기준으로 바꾸면, 예컨대 주당 15시간 미만을 일해도 일정 소득 이상이 되면 유급 휴일수당(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퇴직금의 경우도 3개월 이상만 근무했다면 현행 기준인 12개월에 비례적으로 퇴직금을 산정함으로써 훨씬 많은 초단기 근로자가 혜택을 볼 수 있다.
문제는 늘어나는 고용 비용을 누가 댈 것이냐는 점이다. 정부가 아직 구체적인 시행 방법을 제시한 건 아니지만 결국 자영업자가 상당 부분을 떠안게 된다. 한시적으로 재정을 투입해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방안이 동원될 가능성도 있지만, 저성장 기조에 나라 곳간 사정도 좋지 않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선의의 정책이라지만 현실은 엄혹하다.
더구나 최저임금은 해마다 오르고 있다. 그제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 최저임금을 1만320원으로 정했다. 올해보다 2.9% 인상한 것으로 역대 정부 첫해로는 최저 인상률이다. 인상 속도 조절을 고심한 결과로 보이지만, 벼랑 끝에 서 있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겐 그마저도 작은 부담이 아니다.
자영업자들에겐 문재인 정부 당시의 소득주도성장(소주성) 기조에 맞춰 추진된 최저임금 과속 인상에 대한 트라우마가 크다. 문 정부는 임기 5년간 최저임금을 41.6% 올렸다. 같은 기간 10%였던 1인당 국민총소득 증가율의 4배를 웃도는 폭등이었다. 자영업자들은 아르바이트 직원을 대거 내보내고 남은 아르바이트 일자리는 주휴수당을 줄이기 위해 15시간 미만의 ‘쪼개기 아르바이트’로 대처했다. 아르바이트 여러 개를 전전하는 N잡러의 등장 배경이다.
지금처럼 최저임금이 거듭 오르고, 주휴수당과 퇴직금까지 줘야 한다면 문 닫는 자영업자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선의의 노동정책이 결국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없애고 자영업자까지 옥죄어 경기를 가라앉게 만드는 ‘소주성 시즌 2’가 벌어질 수 있다. 애초 주휴수당과 퇴직금은 정규직 고용을 전제로 한 제도다. 그렇다면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더욱 힘쓰고 취약계층 보호 정책은 정교한 설계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야 취약계층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소주성 같은 결과가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