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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모리스·존 디어, 혁신으로 주가 상승…빅테크 안부럽네

중앙일보

2025.07.11 13:00 2025.07.1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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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장주로 떠오른 전통산업

니코틴 파우치 ‘진’. [사진 한국필립모리스]
올해 상반기 미국 주식 투자자 사이에서는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이 화제였다. PMI 주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으로 미국 증시가 요동치는 와중에도 꾸준히 우상향하면서 날마다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이하 현지시간)에는 장중 186.69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후 170달러대에서 움직이던 주가는 10일 180.99달러로 장을 마쳤다. 연초 대비 49 % , 1년 전인 지난해 7월보단 80 % 가량 오른 것이다.

미국의 농기계 기업인 디어앤컴퍼니(존디어)와 중장비를 만드는 캐터필러 역시 상반기 PMI 못지않게 투자자의 관심을 받았다. 미국 뉴욕거래소에 따르면 존디어는 10일 519.20달러에 장을 마쳤다. 올해 초 대비 24 % 가량, 1년 전인 지난해 7월보단 48 % 상승했다. 캐터필러 역시 지난해 7월 이후 1년간 23 % 가량 올라 410달러 선을 넘보고 있다.

존디어가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해 선보인 로봇 수확기. [중앙포토]
그래픽=이현민 기자
최근 몇 년간 한국·미국 등 주요국 증권시장은 반도체·전기차·인공지능(AI)과 같은 이른바 ‘빅테크’ 기업의 독무대였다. 올해 들어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이 와중에 담배·농기계·중장비와 같은 전통산업 분야 기업의 주가가 미국 증시의 평균 상승률을 웃돌아 국내·외 투자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보고서에서 “매출 성장세가 뚜렷한 PMI와 같은 기업에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담배·농기계와 같은 전통산업은 시장이 이미 정점에 도달한 예가 많다. 글로벌 담배 시장만 해도 2016년을 정점으로 소비가 주는 추세다. 한국도 2018년 연간 약 64억 갑이던 담배 판매량이 2023년 약 62억 갑으로 3.2 % 가량 줄었다(대한금연학회). 그런데도 이들 기업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건 기존 산업의 한계를 인식하고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덕분이다. 불에 태우는 일반 담배를 만들던 PMI는 10년 전 담뱃잎을 태우지 않고 가열하는 방식의 ‘아이코스’(IQOS·궐련형 전자담배)를 선보이면서 ‘비(非)연소 담배’ 시장을 열었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아이코스를 비롯한 PMI의 비연소 제품은 현재 95개국에서 판매 중이고, 사용자는 3860만 명에 이른다. PMI는 아이코스에 이어 액상형 전자담배 ‘비브(VEEV)’와 니코틴 파우치(잇몸과 입술 사이에 넣는 고체형 담배) ‘진(GYN)’을 선보이면서 ‘담배 연기 없는 세상’ 구현에 나섰다. 특히 아이코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위험 저감 담배’로 마케팅할 수 있는 MRTP 인가를 받았다. 진 또한 FDA로부터 품목인가에 해당하는 PMTA 인가를 받았다. PMI의 한국법인인 한국필립모리스의 윤희경 대표는 “아이코스의 지난해 글로벌 순매출은 110억 달러로, 10년간 누적 매출은 PMI의 대표 상품이었던 일반 담배 말보로를 넘어섰다”며 “말보로가 60여 년에 걸쳐 일궈온 성과를 단 10년 만에 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투자자 사이에서 ‘농슬라’(농기계+테슬라 합성어)로 불리는 존디어는 2022년 자율주행 트랙터 등을 선보이며 농기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김근영 강남대 스마트도시공학과 교수는 올해 초 이 회사를 연구한 책 『존디어』에서 “지금도 일부 농장에선 트랙터가 알아서 농사를 짓는다”며 “농부 없는 농장, 사람이 없는 광산, 정원사가 없는 골프장·식물원이 2030년이면 가능할 수 있다”고 썼다. 디지털 물류 최적화, 자동 주행 등으로 기존 철도망에 새바람을 불어 넣고 있는 미국의 철도회사 ‘유니언 퍼시픽’이나 대표적 탄소(CO₂) 배출 기업에서 대기 중 탄소 포집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옥시덴탈 페트롤리움’(OXY)도 이 같은 기업 중 한 곳이다. 셰일오일 생산업체인 OXY는 지난해 미국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지원 결정을 끌어내기도 했다.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의 아이코스 ‘일루마 i 시리즈’. [사진 한국필립모리스]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면서 엔비디아·테슬라와 같은 빅테크 기업에만 있는 ‘성장 프리미엄’이 이들 기업에도 나타나고 있다. PMI의 진은 미국·유럽 등지에서 최근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데,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올해 54억 달러 수준인 미국 니코틴 파우치 시장이 2030년엔 19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 같은 전망을 토대로 많은 언론·증권사가 “미래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는 회사”라고 평가한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괄목할 만한 성장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조정을 받을 때마다 매수 전략을 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존디어도 최근 AI 기반의 경작 최적화 프로그램, 센서·데이터 기반의 농업 솔루션 등으로 구독경제 서비스를 펼치는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면서 증권가에서는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밀리어스 리서치는 존디어에 대한 최근 보고서에서 “트랙터와 같은 전통산업에서 정밀농업 기술과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수익 구조가 다변화하고 있다”며 목표 주가를 2027년까지 750달러로 상향했다. 주가가 지금보다 45 % 가량 더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올해 초까지 OXY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한 OXY 지분은 28.3 % 에 이른다. 조원경 UNIST 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은 “하드웨어 중심 제조업도 데이터나 소프트웨어, 미래 가치에 초점을 맞춰나간다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빅테크 못지않은 성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정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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