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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지 엄지, 아이돌 2회차의 성장과 도전 [쿠킹]

중앙일보

2025.07.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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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먹고 자랐길래] 어린 나이에 치열한 경쟁을 겪은 아이돌에게 집밥은 어떤 의미일까. 마음이 지칠 때마다 떠오르던 한 끼, 다시 힘을 내게 했던 따뜻한 밥상. 잘 먹고 잘 자란 이들이 직접 만들어 본 엄마의 밥을 통해, 그들의 인생을 들여다봤다. 이번엔 그룹 ‘비비지’의 엄지를 만나봤다.

" 아이돌은 많이 사랑받는 직업이고, 그리고 많은 사랑을 나눠 줘야 하는 직업 같아요. 어떤 방식으로든, 춤이나 노래로 보답하든 팬들과 소통하든, 받은 사랑을 무시하지 않고 잘 꼭꼭 씹어서 그 에너지를 더 크게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엄마의 레시피를 따라 요리를 해보는 '뭘 먹고 자랐길래' 영상 촬영을 하고 있는 엄지. 어릴 적 사진을 보여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나승보

올해로 10년 차, 아이돌 그룹 데뷔는 두 번째. ‘비비지’ 엄지의 경력이다. 첫 번째는 만 17세의 나이에 시작해 7년을 활동했던 걸그룹 ‘여자친구’. 그다음이 만 24세에 재데뷔한 3인조 ‘비비지’다. 엄지는 이렇게 말한다. “인생 2회차라고 생각하니까, 작은 실수는 물론이고 나중에 아쉬울 일도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말이다. 멤버는 은하, 신비, 엄지다. 셋 다 여자친구의 멤버들이다. 실력 있는 경력직 신입 셋의 만남으로 2022년 2월 비비지의 데뷔는 큰 화제를 모았지만, 새 그룹으로 인지도를 높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아이돌 4세대까지 합류한 현장은 전보다 더 치열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역주행이 터졌다.

2023년 11월 발표한 미니앨범 ‘VERSUS’의 타이틀곡 ‘매니악’이 공식활동 기간이 지나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발매 당시 멜론 차트 500위 밖이었던 순위가 멜론 10위권대까지 진입하는 기록을 세웠다.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챌린지 숏폼을 찍은 게 한몫했다는 평이다. 챌린지 열풍에 이어 2024년 6월에는 미국과 아시아 27개 도시를 순회하는 첫 월드투어를 가졌다. 그리고 올해 7월엔 두 번째 월드투어와 동시에 첫 정규앨범을 선보였다. 다섯 번의 미니앨범을 낸 후에야 발표한 정규앨범이다. “어른이 되어서 시작한 아이돌 인생 2회차는 어릴 때보다 느끼는 점도, 얻는 점도 달랐다”는 엄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Q : 스카우트를 받으며 우연히 이 일을 시작했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춤추고 노래하는 일은 좋아했지만, 이 일이 제 직업이 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어요. 연예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전혀 몰랐고요. 몰라서 용감하게 뛰어든 것 같아요. 어리다 보니까 직업정신도 투철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 그룹 내에서도 막내였는데, 가족 구성원의 막내와는 또 다르잖아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서 2~3년간은 많이 어려웠던 거 같아요. 감사하게도 멤버들을 정말 잘 만났고, 저희 노래도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시간이 흐르고 성인이 되면서 조금씩 성장한 것 같아요.


Q : 직업정신이 생긴 건 언제쯤인 것 같아요.
저도 야망이 있는 편이지만, 활동 초반엔 무지하고 뚜렷하게 잘하는 것도 없으니까 적어도 멤버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그땐 제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아서 주어진 몫을 잘 해내고 그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했어요. 1순위는 멤버와의 화합이었어요. 막내로서 언니들에게 더 잘하자, 사이 좋게 잘 지내자고요. 나 자신에 관해 더 욕심을 가지고 임한 건 성인이 되고 나서예요. 2018년에 처음으로 일주일 넘게 휴가를 받았고 혼자 미국으로 여행을 갔어요. 비록 일주일이지만, 시야가 넓어지는 경험을 했어요. 다시 돌아와서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며 열정이 생기는 거예요. 그때 받은 힘으로 몇 년은 잘 버틴 것 같아요(웃음).

엄지는 낯선 곳으로 홀로 떠난 여행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사진 엄지인스타그램

Q : 여행 중에 특별히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하이킹 투어를 갔어요. 사람들이 몇 살이야, 무슨 일 하니, 같은 걸 묻잖아요. 제 일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이 직업을 누군가한테 말했을 때 생각보다 특별하게 여겨지는 것도 맞는 거예요. 자부심과 책임감을 더 느끼며 일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또 각자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니까 나도 돌아가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저 역시 열심히 일하다 여행을 간 거라, 그 시간이 되게 달콤하게 느껴졌거든요. 그간 해온 수고도 굉장히 의미 있는 거구나, 앞으로 더 많이 수고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죠(웃음). 앞으로 닥칠 고난들이 덜 두려워지더라고요.


Q : 일할 때 건강은 어떻게 관리해요.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더라도 심지가 곧게 서 있다면, 일할만하고 보람도 느끼는 것 같아요. 기분도 체력도 좋아지는 것 같고요. 선순환인 거죠. 반대로 심지가 단단하지 않을 때 강행하면 악순환이 이어져 힘들어요. 그래서 마인드 세팅을 신경 쓰고 있어요. 그런데, 커가면서 느끼는 건 힘들지 않은 직업이란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너무 힘들다고 말하는 것도 좀 그래요. 물론 저희 일이 감정적으로 고립될 때도 더러 있고, 마음이 뭉그러질 때도 씩씩하게 보여야 하는 괴리감 같은 게 있지만, 이 직업이 특히 그렇다고 할 수도 없고요. 사회 생활하면 누구든 겪을 수 있는 일이니까요.


Q : 그럼, 심지가 무너질 땐 어떻게 극복하나요.
옛날엔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몸을 움직이는 일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진짜 힘들 때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괜찮아지고 더 절망적인 거예요. 답이 없어지는 느낌? 예전엔 답이 좀 멀리 있어도 답이 있다는 걸 알면 그리로 가면 됐는데 말이죠. 결국, 시간이 답이더라고요. 어쨌든 그 시간을 버티면, 안 좋은 일도 영원하지 않으니까요. 이런 경험치가 쌓여서 버티는 힘이 생긴 거 같아요. 뚜렷한 방법 같은 건 없지만요. 있다고 해도 매번 다르기도 하고요.


Q : 가족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나요. 본가에 가서 푹 쉬고 온다거나.
제 마음이 너무 복잡할 때는 안 가는 편이에요. 부모님도 바로 느끼시니까요. 오히려 뚜렷한 문제가 있을 땐 부모님 의견을 구하곤 해요. 두 분 다 대화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시거든요. 사실 새벽 3시, 4시까지 수다 떨 정도로 가족이 다 말이 많아요(웃음). 제가 발언권을 얻으려면 순서를 기다려야 할 정도예요. 그래서인지 누구보다도 엄마, 아빠에게 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저를 사회인으로서 봐주시고, 인생 선배로서 조언해주세요. 또 엄마와 아빠의 의견이 다를 때가 있는데, 다른 의견을 듣는 재미도 있어요. 어떤 건 엄마, 어떤 건 아빠 의견을 수렴해요. 베스트만 가져가는 혜택이 있죠(웃음).
22년 '비비지'라는 팀명으로 뭉친 멤버들. 왼쪽부터 신비, 은하 엄지    사진 빅플랜닛메이드엔터


Q : 2022년 2월 ‘비비지’로 재데뷔했잖아요. 아이돌 활동은 죽 해왔던 일이지만, 새 그룹으로 재데뷔하는 일은 또 다른 도전이었을 텐데, 실제론 어땠어요.
멤버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너무 욕심부리지 말자, 함께 일하게 된 것에 감사하자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까 좀 다른 거예요. 비비지는 3인조라 한 명 한 명이 돋보여야 팀이 돋보이는 거죠. 예전엔 1인분만 하면 됐는데 지금은 2인분은 해야 했어요. 솔로 가수 셋이 뭉친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무대에서 꽉 차 보였거든요. 제가 완벽주의적인 기질이 있어서, 이상에 맞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꽤 받더라고요. 하지만 이번이 2회차라고 생각하니까 실수라든가 아쉽다고 여길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이왕 다시 하는 거 진짜 잘 만들어 보자, 라는 마음이 세 명에게 다 있었어요. 힘들었지만, 점차 잘 맞기 시작하니까 쾌감이 있고 보람도 있더라고요. 좀 더 ‘우리 것’, ‘내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요.


Q : ‘비비지’는 확실히 더 어른스럽고 퍼포먼스도 강렬한 것 같아요.
컨셉상 꺼내지 못한 부분들을 점점 꺼내기 시작한 거 같아요. 생각보다 내 안에 이런 면이 많았잖아, 라며 새롭게 발견하고 있어요. 멤버들에게도 여러 가능성을 열어둬서 더 재미있고, 아직 발견하지 못한 부분이 많을 것 같단 희망이 있어요. 더 도전적으로 되는 것 같아요.

비비지 활동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엄지는 연기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 엄지인스타그램

Q : 멤버 간의 결속력도 더 단단해졌겠어요.
사실 오래 함께 일한 멤버들이라, 여자친구 때 느낌 그대로 갈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여럿일 때와 셋만 있을 때가 또 다르더라고요. 엄마와 아빠가 하는 말이 있어요. 30년을 넘게 살아왔지만, 가끔 서로 너무 모르는 사람 같을 때가 있다고요. 그 말이 뭔지 너무 알겠어요. 10년을 함께하고 있지만 매일 새롭고 재밌기도 해요. 일과 별개로, 사람을 알아가는 것에 있어 지금 3인조를 하면서 알아가는 게 더 많은 거 같아요. 서로 잘 파악하고 나니 어떤 일이 닥쳤을 때 넘어가는 방법도 더 유연해졌고요.


Q : 지난해에는 ‘비비지’의 첫 월드투어가 있었죠.
힘들었어요(웃음)! 사실 건강 관리에 관한 이야기를 멤버들과 많이 해요. 한 명이 빠지면 듀엣이 되니까요. 저희는 3인조라 한 명만 빠져도 리스크가 크거든요. 그런데 투어는 체력적으로 힘든 일이라 아플 수도 있거든요. 멤버들과 “우리 아프지 말자”는 약속을 했어요. 아파도 끝나고 아프자고요. 실제로 끝나고 다 아팠던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투어를 잘 끝낸 보람이 정말 커요. 중요한 건, 잘 자고 잘 먹고 잘 웃는 것 같아요. 그럼 많이 아플 일도 없더라고요. 특히 잘 웃으면 좋고요. 이 세 가지만 잘하면 어느새 아프다는 걸 망각하거든요. 실제로 괜찮아지기도 하고요.


Q : 비비지 활동이 3년을 넘겼어요. 7월 8일에 새 앨범도 나왔죠.
첫 정규앨범이에요. 이 무게감을 잘 알고 있어서, 정말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멤버들의 솔로곡도 따로 있어요. 이런 부분들을 팬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해서요. 각기 솔로곡도 본인의 개성답게 잘 뽑혔고요.


Q : 이번에도 곡 작업에 참여했나요.
작사에 참여했어요. 곡을 처음 듣고 데모의 느낌이 무척 좋아서, 원래 있던 부분을 살리면서 영어로 작사를 해봤어요. 한글 가사는 두 세줄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아요. 이 정도 양을 영어로 작사하는 건 처음이라 어려웠어요. 번역기와 챗GPT도 돌려보고 문법 검수도 하고요. 네이티브 스피커인 친구에게 표현이 올드하지 않냐, 물어보기도 하면서요. 여러모로 저한테는 의미가 있는 곡이에요.
'뭘 먹고 자랐길래'에서 엄지는 팬들에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칠첩반상도 거뜬히 해낼 정도의 수준급 요리 실력을 선보였다.  사진 나승보


Q : 받은 사랑을 요리로 돌려줄 수 있다면, 팬들에게 해주고 싶은 음식이 있을까요.
칠첩반상을 차려주고 싶어요.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고, 가짓수가 많아 젓가락 움직일 일이 많은 그런 음식이요. 제가 그런 걸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다 취향이 다르니까, 뷔페를 차려놓고 좋아하는 걸 먹으라고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웃음)…. 어쨌든 팬들을 위한 음식이라면, 제가 바쁘게 움직이면서 오랜 시간 정성껏 만들어야 그나마 보답이 되지 않을까요.


Q : 새롭게 해보고 싶은 일이나 바램 같은 게 있나요.
앨범 활동이 항상 먼저라 매번 미뤄졌는데, 기회가 되면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 활동을 최대한 열심히 하고 싶고, 멤버들이 이 일을 할 때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즐겁게 임하면 좋겠어요.


Q : 마지막으로, 오늘 소개해줄 엄마의 레시피가 있죠.
차돌박이 시래기 된장국이에요. 사실 어릴 땐 콩과 관련한 음식을 잘 안 먹었어요. 국도 안 좋아했고 빨간 음식도 못 먹었는데, 유일하게 된장국은 잘 먹었어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좋아하는 메뉴가 바로 ‘차돌박이 시래기 된장국’이에요. 그래서 제게 된장은 친근감 있는 식재료예요. 먹으면 속도 편하고, 콩으로 만들어서 몸에도 좋고 피부에도 좋다고 하잖아요. 많은 사람이 따라 해보면 좋겠어요.


▶ 엄지처럼 예뻐지고 싶다면, 차돌박이 시래기 된장국 끓여볼까.
엄지가 만든 음식은 차돌박이와 시래기를 푸짐하게 넣은 ‘차돌박이 시래기 된장국’이다. 이름은 ‘차돌박이 시래기 된장국’이지만, 얼갈이배추를 넣어도 되고 얼갈이배추와 시래기 둘 다 넣어도 맛있다. 보글보글 끓는 순간, 익숙하면서도 맛있는 집밥 냄새를 풍기며 식욕을 급격히 당겨줄 음식이다. ‘바나나 두유 스무디’는 언제나 맛있는 집밥을 차려주는 엄마를 위해 엄지가 특별히 준비한 디저트다. 더운 날씨에 맞춰 시원한 스무디로 만들었으며, 포만감이 있는 바나나와 두유를 넣어 가벼운 식사 대용으로도 가능하다. 된장과 두유의 공통점은 모두 콩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식물 단백질이 풍부한 콩에는 항산화 효과가 있는 이소플라본이 많아 피부를 탱탱하게 가꿔준다. 또 된장은 발효식품이라 소화에 좋고 면역력을 증진해 준다.

차돌박이 시래기 된장국
①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얼갈이배추(혹은 시래기)를 삶는다. 삶은 배추는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짠 다음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둔다.
② 1의 배추에 다진 마늘과 된장을 넣어, 간이 배도록 잘 버무린다.
③ 멸치와 새우 다시마(코인 육수도 가능하다)를 넣고 끓인 육수를 준비한다.
④ 3의 육수에 2의 배추를 넣고 끓인다. 된장을 조금씩 넣으며 간을 맞춘다.
⑤ 차돌박이를 먹기 좋게 잘라 넣고, 다시 한번 푹 끓인다. 매콤한 맛을 원하면 마지막에 청양고추를 추가한다.

바나나 두유 스무디
① 바나나와 두유는 미리 얼려둔다. 해동하기 쉽게 바나나는 3~4개 등분으로 잘라 얼린다.
② 블렌더에 두유와 바나나를 넣고 갈아준다. 이때 두유는 반쯤 녹아서 물기가 있는 상태여야 잘 갈린다.
③ 단맛을 더하고 싶을 땐 알룰로스를 조금 넣어 간을 맞춘다.

쿠킹팀=황정옥·이세라·송정기자 [email protected]


황정옥([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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